부산에 사는 최모 씨(64)는 지난해 8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현지인 A 씨(45·여)와 결혼식을 올렸다. 최 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A 씨를 자신의 가족으로 등록했다. 하지만 기다리던 A 씨는 좀처럼 한국에 오지 않았다. 그는 결혼 이민을 위해 필요한 시험에서 잇달아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가 난 최 씨는 27일 오전 10시50분 경 A 씨를 소개해 준 부산 동구의 한 결혼정보업체를 찾아 사장 이모 씨(76)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소개를 잘못한 게 아니냐는 이유였다. 그러다 갑자기 상담실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 씨의 아들(47)은 경찰조사에서 “유리벽을 통해 상담실 안을 보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다투던 중 최 씨가 아버지에게 시너로 추정되는 물질을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달아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10여 분만에 불을 껐지만 이 씨는 상담실 내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 아들은 갑자기 치솟은 불 때문에 아버지를 구하지 못하고 겨우 탈출했지만 유독가스를 많이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화재 당시 ‘펑’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 3층 유리가 통째로 날아가 인근에 주차 차량이 일부 파손되기도 했다. 경찰은 달아난 최 씨를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