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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삼겹살 가게 상인이 朴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입력 | 2015-03-28 03:00:00

“서문시장 포털 검색어 1위, 언제 또 해볼까요”




박근혜 대통령께.

지난해 7월 1일 대통령께서 다녀가신 이후 지금도 충북 청주 서문시장 삼겹살거리에는 대통령의 방문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태극기처럼 자랑스레 걸려 있습니다. 골목이 좁고 낮아 대형 걸개 현수막은 어렵더라도 많은 사람이 보기 좋은 곳에 예쁘장하게 걸어 놓았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시장 상인들은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확대해 테두리 있는 고급액자에 넣어 현관 입구나 카운터 옆에 걸어 놓았습니다. 봄기운을 받은 회양목보다 더 따듯한 기운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날 서문시장 삼겹살거리는 인터넷 포털 검색 순위 1위였습니다. 청주 서문시장에 삼겹살거리가 있다는 사실이 전국에 가장 효과적으로 홍보된 광고이자 서문시장의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2012년 삼겹살거리가 조성된 이후 진행된 어느 홍보 전략보다 효과적이며 폭발적이었습니다. 삼겹살거리가 사람들의 입에 더욱 자주 오르내리며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괄목할 만한 일은 외지 방문객이 늘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장바구니 들고 오는 손님이 끊어진 한미한 거리, 먹을 게 없어 고양이도 찾지 않는 시장통을 삼겹살거리로 특화한 건 죽어 가는 도심을 살리고 희망 잃은 서민들을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삼겹살을 통해 전통시장에 살맛을 주고 청주를 알리기 위한 대담한 시도였습니다. 특히 청주지역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달인간장이라는 특별한 소스와 ‘파절이’라는 야채 무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도전이었습니다.

간담회 자리에서 상인들이 간절히 건의한 보람이 있어 현재 서문시장에는 주차장과 고객지원센터 건립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국사에 바쁘시겠지만 완공식 때 다시 한 번 격려해 주시길 애타게 소망합니다.

대통령이 다녀가신다고 죽어 가는 골목이 모두 살아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봄날이 온다고 고사목까지 되살아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상인들의 절실한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하고, 지자체의 확고한 확신과 의지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함부로 집중과 선택이 이뤄져서도 안 되지만 한번 집중과 선택이라는 기준으로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집요한 추진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람 사는 곳에는 키 큰 소나무보다 키 작은 회양목이 옹기종기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큰 나무를 심겠다고 작은 나무를 뽑아 버리는 일이 우리 사회에는 없었으면 합니다. 시대정신을 통찰하는 대통령의 역사적인 사명감에 공감하며 감사드립니다.

―청주 삼겹살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동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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