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알려진 뒤 매출 300% 뛴 곳도”… “사람 몰려도 떡볶이-순대만 잘 팔려”
“대통령이 방문한 전통시장은 해당 시장 전체와 개별 점포의 매출이 적게는 10%, 경우에 따라 200%까지 상승효과를 누립니다.”
지난해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현대시장을 방문했을 때 청와대에서 내놓은 자료 중 일부 내용이다.
대통령이 특정 점포를 방문하면 해당 점포의 매출이 오르는 이른바 ‘대통령 특수’가 있다는 것을 수치로 이야기한 것. 청와대 자료에 따르면 삼겹살로 특화된 충북 청주시 서문시장의 한 식당은 박 대통령이 시식을 하면서 매출이 300%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취재팀이 대통령이 방문했던 전통시장 상점들을 다시 찾아가 본 결과 ‘대통령 특수’는 편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과 취임 이후 서울에 있는 전통시장 중 광진구 중곡제일골목시장과 동대문구 답십리 현대시장을 방문했다. 이들 시장에서 점포 안까지 들어가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은 곳은 9곳이다.
취재팀이 이 9곳을 확인한 결과 확연히 매출 상승효과를 누렸다는 곳은 2곳이었다. 답십리 현대시장의 ‘떡 향기’ 사장 정지원 씨(55·여)는 “(대통령 방문 후) ‘앞으로 복 많이 받겠다’며 축하해 주러 온 손님이 많았다”며 “한 달 동안 예년 대비 매출이 15%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별반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 상인도 많았다. 대통령이 왔다 가서 기분은 좋지만 청와대에서 언급한 ‘매출 대박’은 없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힌 곳이 7곳이나 됐다.
대통령이 방문했지만 관련 사진을 걸지 않은 상점도 눈에 띄었다. 중곡시장의 한 떡볶이집 사장 최모 씨(40)는 “대통령이나 정치인 등과 함께 찍은 사진에 반감을 표하는 서민들도 있어 사진을 일부러 걸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후광 효과’는 기껏해야 현직 시절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사진을 걸고 플래카드를 거는 것도 현직 시절, 그것도 대중이 환호할 때지 퇴임한 뒤까지 전직 대통령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강홍구 windup@donga.com·황성호 / 인천=황금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