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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스물에 데뷔앨범 낸 쌍둥이들의 음악 들어보니…

입력 | 2015-03-29 21:48:00


2015년 3월 29일 일요일 흐림. 쌍둥이. #151 Ibeyi ‘River’(2015년)

매년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뮤직 페스티벌 기간이면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은 믿을 수 없이 거대한 음악 도시가 된다. 이 행사가 세계적인 음악 박람회로 발돋움하는 데는 도심에 자리한 거의 모든 점포가 일주일간 공연장이 되는 대변신이 한몫했다. 춤추는 나이트클럽은 물론 레스토랑과 바 등에도 무대가 설치된다. 이렇게 마련된 100여 개의 공연장에서 2000회 이상의 견본 공연이 열리는데, 작은 바나 동굴 같은 지하 술집에서도 선명한 음향을 뽑아내는 기술이 대단하다.

각종 공연장 중엔 교회도 있다. 시내에 있는 오스틴 장로회 중앙교회와 성 다윗 성공회교회다. 이곳 예배당에선 주로 통기타를 앞세운 잔잔한 음악이나 몽환적인 전자음악 공연을 유치한다. 교회 부녀회나 청년회원들은 공연장 앞에 커피나 과자 좌판을 내놓고 적은 수익을 올린다.

이번에 본 30여 개의 공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도 장로회 중앙교회 예배당에서 이뤄졌다. 프랑스 쌍둥이 자매 듀오 이베이. 물건 파는 사이트 이름이 아니다. 서아프리카 요루바 족 언어로 쌍둥이를 뜻하는 말. 올해 갓 스물에 데뷔앨범을 낸 두 멤버, 리사와 나오미 디아즈는 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의 일원이자 쿠바를 대표하는 콩가 연주자인 앙가 디아즈(1961~2006)의 두 딸이다.

큰 십자가를 배경에 둔 예배당 무대에서 똑같이 생긴 여자 둘이 각각 건반과 타악기를 연주하며 겹쳐 부르는 노래가 성스럽고 신비로웠다. 둘은 공연 중간 “객석에 혹시 쌍둥이 있나요? …아, 없다는 게 저희한텐 더 신기한데요” 하며 웃었다. 이베이의 조상인 요루바 족은 세계에서 쌍둥이 출산율이 가장 높은 민족이라고 했다. 20회 임신 중 한 번이 쌍둥이 출산일 정도로.
나오미가 연주하는 카혼과 바타드럼의 음색, 둘이 화음으로 부르는 선율에서 쿠바, 프랑스, 서아프리카의 전래동화가 스멀스멀 다퉈 피어올랐다. 둘은 영어, 불어, 요루바 어를 오가며 노래했다. 요루바 신화에서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여신이 묘지에서 추는 춤을 묘사한 ‘오야’, 강물의 여신인 오¤에게 치유를 간청하는 ‘리버’를 들으면서 서양식 교회와 아프리카 신앙, 질박한 음성과 전자음향이 교차하며 시공간 좌표를 잃어버린 듯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장로교회에서 부르는 침례의 노래….

‘당신의 강에 가서 내 영혼을 씻나니… 나의 고엽을 거둬주소서… 나의 고통과 불평을… 웨밀레 오 오 데데 알라웨데…’(‘리버’ 중)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