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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해야 하나 된다]“北의 ‘가려운 곳’ 긁어주며 소통의 길 찾아야”

입력 | 2015-03-30 03:00:00

드레스덴 선언 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교육지원은 통일후 성장 이끌 동력… 어린이 대상 식량-의약품 도와줘야




2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드레스덴 선언 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군다 뢰스텔 전 독일 녹색당 대표가 연단에 올라 강연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북한의 ‘가려운 부분’을 직접 공략해 냉랭한 남북 관계의 통로를 열어야 합니다.”

피터 벡 아시아재단 전 대표는 드레스덴 선언 1주년(28일)을 기념해 우리민족교류협회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해 2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개인적으로 만난 북한 관리는 ‘어떻게 하면 코카콜라의 투자를 끌어낼 수 있는가’를 묻는 등 외국 투자유치 방법을 알고 싶어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일, 그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5개 분야 전문가들은 다양한 통일 해법을 제시하고 올해로 25주년을 맞는 독일의 통일 경험과 교훈도 논의했다.

한스 뮐러슈타인하겐 독일 드레스덴 공대 총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변화의 열쇠는 교육에 있다”며 “특히 대학과 전문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이야말로 (통일 후) 동반성장을 위한 강한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감한 영역을 제외한 (옛 동독에서의) 직업 및 교육 경험이 통일 후 인정됐던 독일의 전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 분야 패널로 나선 군다 뢰스텔 전 독일 녹색당 대표는 “한국 국민이 통일비용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러나 독일의 경우 통일을 통해 평화 정착, 독일의 유럽연합(EU) 편입 등 무한한 이득을 봤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는 ‘동독의 교회’ 같은 잠재적 저항단체나 조직이 없기 때문에 북한 사회 스스로 실패한 국가와 정권보다 더 좋은 대안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양창석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감사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식량과 의약품 등 영·유아와 어린이들을 위한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정은의 지시로 2012년 11월 국가체육지도위원회가 설치되는 등 북한 내부에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남북 간 스포츠 교류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동·서독은 1956∼1964년 6차례에 걸쳐 올림픽 단일팀을 만들어 출전했다”며 “경평 축구대회, 8도 씨름 대회 등 수준이 비슷한 종목부터 남북이 우선적인 교류를 이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남북통일에서의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종교 분야 패널로 나선 주도흥 백석대 신학과 교수는 “교회는 이념과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하고 정부는 기독교 대북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을 적극 후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개성공단 내 북측 주민들이 이용하는 병원은 남측 기업인들이 이용하는 병원에 비해 열악한 상태”라며 “개성공단 내 두 병원의 시설이 대등한 수준으로 운영되도록 약품과 의료장비 등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작은 통로’를 통한 신뢰 쌓기가 출발점이라는 얘기였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