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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엘하라시 하천 정비사업…‘알제리의 양재천’ 변신

입력 | 2015-03-30 17:01:00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수도 알제를 가로지르는 엘하라시 하천은 3년 전만 해도 세계 하천오염도 4위라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로 골칫거리였다. 알제의 급격한 도시화로 수도의 젖줄이 죽음의 강으로 변해버린 탓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알제리의 양재천’으로 변신하고 있다. 수변구역이 잔디로 덮이고 운동시설이 생기면서 시민들의 나들이 명소가 됐다. 예전 같으면 악취 때문에 꿈도 못 꿀 일이다. 지면에서 물을 쏘아 올리는 ‘바닥분수’는 이 지역의 명물이다.

엘하라시 하천의 변신은 대우건설이 주도했다. 대우건설은 2012년 6월 현지 건설업체 코시데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천정비 사업의 첫 삽을 떴다. 이 사업은 엘하라시 하천의 하구부터 18㎞ 구간의 수질을 개선하고 주변에 축구장, 야외수영장 등 시민 휴식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2019년 3월 완공될 이 사업을 계기로 알제리에서 다른 하천정비 공사를 수주하는 등 환경사업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 신뢰로 일군 알제리 진출 26년

알제리는 수년 전부터 엘하라시 하천 복원 사업을 추진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해했다. 이를 감지한 한국 정부와 대우건설은 2011년 하천정비계획을 수립해 알제리 수자원부에 제안했다. 또 현지 공무원들을 서울로 초청해 친환경 하천으로 바뀐 양재천과 청계천을 보여줬다. 수자원부 관계자들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조깅하는 양재천을 보고 감탄하며 “알제리 엘하라시 하천을 꼭 양재천처럼 꾸며 달라”고 부탁했다.

대우건설이 해외 하천복원 사업에 진출한 건 엘하라시 건이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알제리 정부가 대우건설에 수도의 젖줄을 개선하는 사업을 맡긴 건 과거 20여 년간 쌓아 온 신뢰 덕분이다.

대우건설은 1989년 알제 힐튼호텔 건설공사를 수주한 뒤 2008년에는 알제리-오만 비료공장 사업, 부그즐 신도시 조성 사업을 수주하는 등 활발한 사업을 펼쳤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힐튼호텔 공사 당시 다른 공사를 맡았던 프랑스 회사들은 치안 불안으로 자국으로 철수해버렸는데, 우리는 끝까지 남아 공사를 마쳤다. 이 호텔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튼튼하단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현재 대우건설이 알제리에서 거둔 누적 수주액은 43억8300만 달러(4조8651억 원)이다.

엘하라시 하천의 변신을 지켜본 알제리의 콩스탕틴 주(州)도 지난해 11월 루멜 강과 부메르주그 강 정비사업을 대우건설에 맡겼다. 11.72km 구간의 저수로를 정비하고 수변 부지에 공원, 산책로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엘하라시 하천정비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나니 새로운 사업 기회가 늘고 있어 앞으로 환경사업 분야에서 대우건설의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최단기간 해외수주 500억 달러 돌파

대우건설은 이처럼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신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해 2014년 2월 국내 건설사 중 두 번째이자 최단기간인 38년 만에 해외 누적 수주액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아프리카 시장에 남들보다 먼저 뛰어들어 시장을 선점한 결과이다.

대우건설은 창립이후 전체 해외수주의 50%가 넘는 267억3200만 달러(약 29조6725억 원)를 아프리카에서 거뒀다. 이는 국내 건설사 전체가 이 지역에서 수주한 공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알제처럼 상대적으로 공사 여건이 좋은 지역에부터 풍토병과 납치가 횡행하는 나이지리아까지 곳곳에 해외 건설 명가(名家)의 족적을 남겼다.

아프리카 외에도 세계 곳곳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최근 5년 간 모로코, 파푸아뉴기니,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네수엘라 등 10곳에서 새로 일감을 수주했다.

현재 대우건설은 향후 10년을 내다보며 해외사업의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그간 회사가 주력했던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벗어나 남미 등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취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수익원 다변화와 신수종 사업 개발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