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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박근혜 대통령의 ‘영문 조문록’

입력 | 2015-03-31 03:00:00


박근혜 대통령이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해 조문록에 영어로 기록을 남겼다. 머릿속에 정리해 두었던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TV로 보면 일단 즉석에서 쓰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세 문장을 썼는데 ‘한국 국민들은 (리 전 총리의 죽음에 대한) 모든 싱가포르 국민들의 애도에 뜻을 같이한다’는 의미로 쓴 마지막 문장 ‘The Korean people join all of Singapore in mourning his loss’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his loss’는 싱가포르 국민이 리 전 총리를 잃은 게 아니라 리 전 총리 자신이 무엇인가를 잃었다는 느낌을 준다. 영어를 일상어로 쓰는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어색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냥 쉽게 his death나 his passing으로 쓰는게 mourn이라는 동사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영어 뉴스를 보면 ‘리콴유 씨를 잃은 걸 애도하다(mourn the loss of Mr. Lee Kuan Yew)’란 표현이 많이 나온다. 영문법에 따르면 ‘the loss of Mr Lee Kuan Yew’는 ‘his loss’로 바꿔 쓸 수 있다. his 같은 소유형용사는 의미상 주어로도, 목적어로도 쓰이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 쓴다면 못 쓸 바도 아니다. 실제 관용적으로 그런 표현이 많이 쓰인다.

▷박 대통령은 영애(令愛) 시절부터 영어를 잘했다. 1979년 리 전 총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만찬에서 영어 통역을 했을 정도다. ‘his loss’ 같은 관용적 표현은 영어에 익숙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표현이다. 실제 리콴유 전 총리에 대한 조문에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도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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