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회장 무기계약과정 녹음… 합수단, 컨테이너서 다량 확보 정-관계 로비 핵심증거 가능성
합수단의 압수수색 당시 컨테이너에는 통째로 뜯어서 옮겨놓은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자료는 이 회장과 핵심 직원별로 관리자가 나뉘어 있으며, 이 회장이 직접 관리하던 서류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최근까지 이용되던 물품들이 컨테이너로 급히 옮겨진 흔적이 있는 만큼 최근 작성된 문서나 파일도 다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사업 파트너들과 맺은 ‘비밀 약정서’도 이미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는 이 회장의 사기 혐의 입증보다는 로비 의혹 수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수사팀이 증거 인멸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린 일광공영 직원은 이 회사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모 씨(여·구속) 등 3명이었다. 김 씨는 일광공영 재무담당 이사를 지내 자금운용 전반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사건 초기부터 검찰이 주목했다. 검찰은 조만간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사업에 관여한 이 회장의 아들도 조사할 계획이다.
부산 지역 명문고를 나온 이 회장은 군은 물론이고 정치권 등에도 인맥이 폭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비도 ‘수준급’이라는 게 주변 인사들 얘기다. 이 회장의 한 지인은 “실무진에게 현금을 찔러주는 로비 스타일은 아니지만, 현역 군인이 인사 때 희망 사항을 얘기하면 1순위나 2순위 안에 넣어줄 수 있을 정도로 (로비의) 레벨이 다른 사람”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회장은 연말에는 전·현직 군 고위 관계자 등을 초청해 특급호텔에서 디너쇼를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합수단은 EWTS 납품 계약을 중개하면서 500여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이 회장을 31일 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장관석 jks@donga.com·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