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는 1983년 출범한 후 30년이 넘었다. 공자는 30세를 이립(而立)이라 불렀다. 학문의 기초를 확립하는 시기라는 의미다. 프로축구는 이립을 넘었지만 관중 관리에서는 걸음마 단계다. 집계를 제대로 한 게 2012년부터니 그럴 수밖에 없다. 연맹은 2011년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이 근거 없이 얘기한 숫자를 더한 수치다. 하지만 당시 이를 믿는 팬들은 거의 없었다. 이전부터 ‘뻥튀기’ 발표가 관행으로 굳어졌기 때문이었다. 실제 관중을 세 보니 거품은 쏙 빠졌다. 지난해 클래식 총 관중은 180만 명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프로야구가 700만 관중을 얘기할 때 프로축구는 조용했다. 말을 꺼내봤자 비교만 될 뿐이었다. 프로야구는 원년부터 관중을 집계했다.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쌓이다 보니 관중 수는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프로축구는 왜 최근에야 관중 수를 세기 시작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구단들이 반대해서다. 연맹 관계자는 “구단에 관중은 중요한 실적이다. 성적이 안 되면 관중이라도 뒤지지 않아야 한다.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았기에 누구나 ‘뻥튀기’ 집계의 유혹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무 연맹 부총재는 “전북 등 일부 구단을 제외하면 단장이 너무 자주 바뀐다. 장기적인 플랜이 나올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올 시즌 클래식은 228경기를 치른다. 프로야구는 720경기다. 경기 수가 야구의 3분의 1도 안 되니 전체 관중 비교는 무의미하다. 다만 평균 관중은 야구와 경쟁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프로야구의 올해 관중 목표는 평균 1만1614명(총 836만2000명)이다. 대놓고 발표는 안 했지만 연맹은 내심 올 시즌 300만 관중(클래식)을 기대한다. 평균 1만3158명이 입장해야 가능한 수치다. 지난해 3라운드까지 1만667명이었던 클래식 평균 관중은 결국 7931명으로 줄었다. 올해 3라운드까지 평균 관중은 지난해보다 19.5% 증가한 1만2753명. 목표를 이루려면 관중이 더 늘어야 한다. 지금의 축구 바람은 잠시 살랑대다 잦아들 미풍일까, 아니면 갈수록 거세질 태풍일까. 올 시즌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