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횡설수설’은 지령 100호를 맞은 1920년 7월 25일자에 탄생했다. 첫 횡설수설은 동아일보가 창간 이후 3개월여 동안 16번에 걸쳐 배포 금지를 당한 것을 겨냥해 ‘언론 자유가 참혹하게 유린당하고 있다’면서 ‘횡설수설은 도리어 이런 곳에 가치가 있다’고 적었다. 마지막 대목에서 ‘오늘은 동아일보 1백호 기념이라는 축사만 올리고 횡설수설은 잠깐 참자. 누가 좋아할지는 알 수 없지만’이라고 끝맺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횡설수설은 ‘말에 조리와 순서가 없다’는 부정적인 뜻도 있지만 본래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됐다. 조선시대 문집인 ‘소재집(蘇齋集)’에서도 횡설수설을 ‘다방면으로 논설을 펴서 깨우치고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첫 횡설수설에서 ‘오늘 횡설수설은 잠깐 참자’고 한 것은 횡설수설의 본래 뜻을 드러낸 말이었다. 당시는 엄혹한 일제 치하였다. 동아일보는 횡설수설의 서로 다른 의미를 중의(重義)적으로 사용하면서 자유분방한 필치와 폭넓은 관점을 선보이려 했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