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호주 동부 산호초 바다의 카토 섬에서 개국을 선언한 ‘게이와 레즈비언 왕국(GLK)’의 그림엽서.
그렇지만 동서양 간에 차이가 현격하다. 유머와 위트에 대한 관용의 폭이 달라서다. 서양이 좀 더 유연하다. 세기적 해프닝으로 비화하는 ‘놀라운 거짓말’도 속출한다. 그중 단골은 영국 공영방송 BBC다. 최근작(2008년)은 ‘하늘을 나는 펭귄 무리 발견’ 보도다. 남극의 펭귄이 너무 추워 날아서 남미로 이동한다고 보도한 영상인데 물론 가짜였다.
최고 걸작은 1957년 BBC의 ‘스파게티 나무’ 보도다. 당시 800만 영국 시청자는 스위스 농부가 나무에 열린 스파게티 국수를 거두는 장면을 시청했다. 서리가 심한 지금이 스파게티 수확에 최적이라는 보도와 함께. 당시만 해도 영국인 상당수는 스파게티가 뭔지 몰랐다. 그래서 방송 후 재배법을 묻는 이도 많았단다. BBC는 한술 더 떴다. ‘토마토소스를 담은 깡통에 스파게티 나무 잔가지를 꽂으면 된다’고 답했다.
1973년 만우절, 미국 언론은 고민에 싸였다.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과 부인 오노 요코가 이날 발표한 ‘누토피아(Nutopia·새로운 유토피아)’ 국가 창립 선언을 보도할지 말지가 문제였다. 까딱했다간 이 얼토당토않은 주장으로 4월의 바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 누토피아는 영토 국경 여권이 없고 오직 국민만 존재하는 ‘개념국가(Conceptual Country)’. 두 사람은 스스로를 대사로 선언하고 유엔에는 국가 인정과 면책특권을 요청했다.
그런데 누토피아는 존 레넌 본인이 만든 노래 ‘이매진(Imagine)’과 상통했다. 천당 지옥 종교도 없고 죽음 죽임도 없으며 사유재산과 배고픔도 없이 오로지 평화 속에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는. 그래서 진정성도 보였다. 하지만 당시 존 레넌이 처한 상황과 굳이 만우절에 발표한 저의로 미뤄 보면 노래만큼 순수하진 않다. 미국 영주권을 주지 않는 미국 정부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비아냥대는 힐난 수단으로 해석돼서다. 당시 미국은 반전운동의 상징인 존 레넌이 불편했고 반대로 그는 오노 요코와 지내려면 영주권이 필요했다.
누토피아 같은 것을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초소국)’이라고 한다. 만우절 장난거리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많다. 수십 개나 되는데 호주 대륙에만 6개(위키피디아 참조)나 있다. 그중 75km²에 주민 23명이 사는 ‘헛리버 프로빈스’는 1972년 서호주 주 사유지에서, ‘게이와 레즈비언 왕국’은 2004년 동부 산호초 바다의 카토 섬에서 국가 수립을 선포했다. 정부의 밀 생산쿼터와 동성결혼 금지정책에 반기를 들고. 걱정은 두 곳 모두 전쟁까지 선포했다는 것.
나라를 만든 이유가 갈등을 전쟁으로 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실행에는 옮기지 않았지만 폭력적인 이슬람국가(IS)와 맥을 같이한다고나 할까. 그러잖아도 테러와 학살 등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인데…. 그래서 만우절에 바란다. 만우절은 그저 만우절로 끝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