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눈앞에 둔 배구 ‘청출어람 감독’
‘제자’ 김세진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서 ‘스승’ 신치용 감독(60·사진)의 삼성화재에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2승을 챙겼다.
‘뛰어난 선수는 좋은 지도자가 되기 힘들다’는 속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김 감독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0년 넘게 그를 선수로 데리고 있었던 ‘영원한 스승’ 신 감독의 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김 감독은 신 감독이 인정하는 성실한 지도자다. 신 감독은 “어느 날 할 얘기가 있어 오전 6시 20분에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곧바로 전화가 와 ‘출근 중’이라고 하더라. 김 감독은 선수 때도 놀 땐 확실히 놀고, 할 때는 확실히 하는 선수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화재의 코칭스태프 미팅이 오전 7시 10분인데 OK저축은행은 6시 50분에 미팅을 시작한다. 매일 오전 7시 함께 모여서 아침 식사를 하는 삼성화재 선수들과 달리 OK저축은행 선수들은 자율적으로 아침을 먹는다. 선수들에게는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코칭스태프만큼은 더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신 감독이 인정하는 또 하나는 술이다. 애주가인 신 감독은 아무리 술을 많이 먹어도 다음 날엔 전혀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인다. 김 감독은 그 점에서도 스승을 닮았다. 신 감독은 “여러 선수, 지도자와 술을 먹어 봤지만 김 감독처럼 아침에 끄떡없는 사람은 처음 봤다. 나와 비교해도 용호상박이다”라고 했다.
이 밖에도 둘은 여러모로 ‘삼성화재 DNA’를 공유하고 있다. 기본기 훈련을 중시하고,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한다.
삼성화재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석진욱 수석코치(39)의 존재감도 간과할 수 없다. 2년 전 처음 감독에 부임했을 때 김 감독은 신 감독을 졸졸 따라다니며 석 코치를 보내 줄 것을 부탁했고, 신 감독도 제자의 끈질긴 청을 거절하지 못했다. 초보 감독으로서의 빈틈을 누구보다 잘 메워 주는 사람이 ‘돌도사’ 석 코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