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50년, 기적의 현장을 가다]<6>현대엔지니어링, 우즈베크 ‘UGCC’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현장까지 가는 길 자체가 고난의 행군이다.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서쪽으로 약 1200km 떨어진 누쿠스 지역으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뒤 다시 자동차로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두 시간이나 달려야 한다. 모래라기보다는 흙으로 된 사막이라 마스크를 써도 입안에 수시로 흙을 머금게 된다.
이곳에서 가스 플랜트 시설을 짓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장에 새로 배치되는 직원들에게 ‘천국에 있다가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는 게 우리의 공식 환영인사”라며 “현지인들도 혀를 내두르는 최악의 환경이지만 ‘건설 한류’의 역사를 써내려간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시설에 전기, 가스, 물 등을 공급하는 기반시설 공사를 담당하고 있다. 기반시설을 넣어야 하는 땅만 축구장 34개 면적인 24만3800m²에 달한다. 현재 3000여 명의 임직원이 5월 준공을 위해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사현장의 환경은 열악하다. 우즈베키스탄은 국토의 71%가 사막 초원지대다. 여름에는 낮 기온이 섭씨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겨울에는 영하 30도까지 떨어진다. 동절기에 해당되는 12월부터 2월까지는 땅이 얼어붙어 대형 온풍기를 돌려야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간섭과 규제, 불투명한 제도 등도 난관이었다. 공사가 시작된 2012년 6월에는 직원들이 미완성된 캠프에 묵어가며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 가설작업용 자재의 통관이 별 다른 이유 없이 지연되면서 캠프에 화장실을 만들 수 없게 되자 급한 대로 땅에 구덩이를 파 화장실로 사용하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의 슬기가 발휘됐다. 관할지역의 전 세관장 출신 현지인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수입할 자재의 관세를 은행에 보증금으로 예치하는 방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인근 마을 환경정화에 앞장서고, 어린이날에 어린이집을 방문하는 등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긴 안목을 가지고 현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공을 들인 점이 효과적이었다”며 “100여 년 전 강제 이주한 고려인의 터전인 우즈베키스탄의 든든한 파트너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해외건설의 새로운 강자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활약을 보이며 뜻 깊은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해외수주실적 96억5000만 달러(해외건설협회 집계 기준)로 업계 2위를 기록한 것이다.
저유가로 중동시장이 위축되자 시장 다변화 전략을 펼친 덕분이었다. 지난해 6월 필리핀을 시작으로 9월에는 말레이시아, 12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동남아시아 발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앞으로도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약속된 시간 내에 고품질의 플랜트 사업을 수행해 고객의 신뢰를 쌓을 것”이라며 “국내 중소·중견기업과의 해외 동반 진출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