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복지 구조조정 재시동] 정부 ‘재정 효율화 방안’ 확정
하지만 현 정부가 ‘증세(增稅) 없는 복지’ 기조 아래 추진했던 세출 구조조정 및 복지행정 개혁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터라 이번 방안 역시 대선 당시의 ‘공약 가계부’를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상급식,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지원) 등 대규모 무상복지 사업에는 손도 대지 못한 소극적 개혁 방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 “연 3조 원 아껴 복지 사업 내실화”
정부가 1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내놓은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 방안’은 이처럼 현재 운영 중인 제도에서 발생하는 비효율 및 재정 누수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국민 개개인이 어떤 복지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 정보 시스템(행복e음)’을 통해 수혜자의 소득을 면밀히 파악할 방침이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가 국민주택기금 전세대출을 또 받거나, 브로커를 통해 고용·산재보험금을 수령하는 등의 복지 부정수급 사안도 집중 조사한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복지 사업에도 메스를 댄다.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도입한 출산장려금은 줄이고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축소 △소규모 학교 통폐합 등을 통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절감도 추진한다.
정부는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지자체에 특별교부금을 지원하고 해당 공무원에게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당근’도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도 내년 예산을 짤 때 대대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다시는 재정이 눈먼 돈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제로베이스(zero base)에서 예산을 검토하겠다”며 “해외자원 개발과 장기 계속 연구개발(R&D), 재정 지원 일자리 등 성과가 미흡하거나 관행화된 예산 사업을 과감히 폐지하거나 대폭 삭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의 실효성이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사중복 사업 정비와 재정 누수 차단은 2년여 전 현 정부 출범 직후 정부가 ‘공약 가계부’에서 5년간 10조5000억 원을 절약하겠다며 내놓은 ‘복지행정 개혁’ 방안과 다를 게 없다.
복지사업 정비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역시 비슷한 대책이 간판만 바꿔 달며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농림부의 ‘농촌 보육교사 특별근무수당 지급’을 복지부의 어린이집 관리 사업으로 일원화하고 △농어촌 장애인 주택개조사업(복지부)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산업통상자원부) △슬레이트 철거사업(환경부) 등을 하나의 ‘주택개량사업’으로 통폐합하겠다는 안을 이날 유사중복 통폐합 대책으로 내놨다. 이는 2011년 정부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복지전달체계 개선 대책’을 내놓으면서 농림부의 ‘농어업인 영유아 양육비 지원 사업’을 복지부의 ‘영유아 보육료 지원 사업’에 통합하고 복지부의 ‘주거현물급여 집수리 사업’ 수혜자가 국토부의 ‘자가주택 개보수 사업’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만든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대규모 무상복지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곁가지’만 건드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기재부와 국무총리실 모두 복지의 ‘뜨거운 감자’인 무상보육의 중앙-지방 재정 배분 문제나 무상급식 등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