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금지법 6개월, 엇갈린 평가
선행학습 금지법 시행 6개월간의 공과 과를 평가하는 토론회가 1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승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 연구원(앞쪽)은 “특별법이 단순히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차원을 넘어 보다 크게 공교육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실 제공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행학습금지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이 법에 대해 학생들이 학습 부담을 덜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가 하면 사교육 시장만 배불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법을 발의한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은 1일 국회에서 교육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선행학습금지법의 공과 과’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대표적인 성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화가 꼽혔다. 법 시행이 대입 논술시험을 바꿔 결과적으로는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덜어줬다는 것. 안상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특별법이 실시된 뒤 지난해 수시모집 논술 문제를 분석한 결과 이전보다 쉬워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안 부소장은 “예전에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손도 못 댔던 논술 문제가 이제는 교과서 중심 출제로 바뀌고 난도도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고교 현장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하영민 전북도교육청 장학관은 특별법이 교사들의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도와 연구 노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하 장학관은 “이전에는 많은 교사가 올해 교육과정이 어떻게 계획되는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법 시행 이후 교과과정을 교육부가 점검하면서 교사들도 교과과정 파악에 예전보다 힘썼고 이는 수업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수능 준비 차질-일반고만 발목”
물론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법을 지키면 수능 준비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 안 부소장은 “고교 교육과정은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2학기까지 연속적으로 편성됐는데, 수능은 3학년 2학기 중간인 11월 중순에 치른다”며 “수능은 고교 전 과정을 다루기 때문에 선행교육을 하지 않으면 수능 준비를 다 하지 못하고 시험을 치러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사회탐구 과목은 가장 큰 골칫거리다. 이전에는 2학년 때 미리 과목을 개설해 진도를 마치고 3학년 때는 국영수에 몰입하는 식이었지만 이 법으로 불가능해졌다. 하 장학관도 “수학은 특히 고2 때 모든 진도를 마치지 않으면 3학년 때 EBS 교재를 감당할 수 없다”며 “학교 입장에서는 법을 지키는 시늉을 하기 위해 진도는 미리 나가고, 시험문제만 법에 맞춰 내는 꼼수를 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별법이 일반고와 자율형사립고의 학력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안 부소장은 “자사고는 교과 자율편성권이 있기 때문에 특별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1, 2학년에 국영수를 집중 편성해 사실상 선행교육 효과를 거두는 것이 가능하다”며 “이는 대학 진학 결과에서 일반고와의 격차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교육부의 ‘고교 국영수 기초교과 편성단위’ 자료를 보면 고1 기준으로 일반고는 평균 88.1단위, 자사고는 평균 102.7단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