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한식의 유래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의 은사(隱士) 개자추(介子推)가 문공(文公)이 산속의 그를 불러내기 위해 지른 불에 타 죽은 것을 애도해서 시작되었다는 설. 그래서 이날만큼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오랜 옛날부터 전래된 우리의 국가적인 의식이라는 설. 매년 봄, 나라에서 새 불을 만들어 쓸 때 일정 기간 묵은 불을 금했는데 한식이 바로 그 기간에 들어 있었다는 설이다.
산소가 있는 곳을 이르는 말을 놓고 한동안 말이 많았다. 우리 사전이 ‘묏자리’만을 고집하고 ‘묫자리’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 ‘묘(墓)+자리’는 구조도 자연스럽고 발음도 ‘묘짜리’이니 ‘묫자리’가 표준어가 안 될 까닭이 없다. 언중은 산소를 뜻하는 말로 뫼 못지않게 묘, 묘소도 많이 쓴다. 국립국어원이 2011년 8월 묫자리를 복수표준어로 삼으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2년 전 전남 고흥군에 봉분을 시멘트로 덮어씌운 문중 묘지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후손들이 고령화해 벌초하기가 힘든 데다 멧돼지가 봉분을 파헤쳐 골머리를 앓던 차에 내놓은 고육책이었지만 보는 이를 씁쓸하게 했다. 이번 한식날, 봄꽃 향기를 맡으며 성묘를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제 성묘는 의무로 생각하지 말고, 나들이쯤으로 여겨야 자손들이 따라나설 것도 같지만.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