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면서 정말 좋은 사람 셋만 만나면 성공한 삶이란 생각이 들어요. 결국 우리가 좋은 사람 몇 명 만나려고 사는 게 아닌가요?”
밀양백중놀이 인간문화재인 하용부 선생을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사람도 있고, 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도 있다면서 그렇게 말했다.
지난주에 만난 소설가 이시백 선생은 반성문을 쓰다가 작가가 되었다고 말했다.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 싫어서 사춘기 때 일부러 거친 친구들과 어울렸다는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걸핏하면 반성문을 써야 했다. 그런데 반성문을 읽던 선생님이 감탄하시면서 “너, 정말 글을 잘 쓰는데 작가가 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썽을 부리면서도 아주 망가지지 않은 것은 어머니 덕분이었어요. 그 추운 겨울에 친구들과 쏘다니다가 밤 12시가 다 되어 들어가도 어머니가 언제나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거예요. 그러니 추운데 떨고 계실 어머니가 신경 쓰여서 12시가 11시로, 다시 10시로 귀가시간이 빨라지데요. 그러다가 결국 본래의 나로 돌아왔어요.”
같이 몰려다니던 친구 중엔 험악한 길로 들어선 친구도 있었지만 그는 마음을 잡고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 그리고 결국 소설가가 되었다. 그의 반성문이 소설로 진화할 수 있도록 선생님과 어머니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셈이다.
한평생을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러나 좋은 사람을 만나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없으면 허사가 된다. 그의 경우도 어머니의 기다림을 외면하지 못한 착한 마음이 있었기에 삶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