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지된 외국 영화를 보거나 외국인과 통화한 주민도 사형에 처하는 등 사형 대상 범죄를 확대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유엔대표부는 1일(현지 시간) 사형제와 관련한 국가별 상황을 담은 ‘2014 사형 선고·집행 보고서’를 공개하며 북한이 지난해 최소 50건 이상의 사형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연 렌조 포미 대표부 대표는 “북한이 사형 관련 통계를 전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의 분석을 토대로 사형 집행 건수를 집계할 수밖에 없었다”며 “50건은 최소치이고,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선 금지된 외국 쇼나 영화를 보거나 부정부패에 연루됐거나 여러 이성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경우에도 사형에 처해졌다. 지난해 사형 대상자 중엔 노동당 고위 관리들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2014년 한 해 동안 총 55개 국가에서 최소 2466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고, 22개국에서 최소 607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고 밝혔다. 전년도 대비 선고 건수는 28% 급증했으나 집행 건수는 22% 감소했다. 최대 사형 집행 국가인 중국 등은 국가기밀이란 이유로 관련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체 집계에서는 중국 북한 등이 빠졌다. 보고서는 “중국은 매년 수천 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모든 국가의 사형 집행 건수보다 항상 더 많다”고 밝혔다. 한 중국 관련 인권단체는 “지난해 중국에서 사형이 집행된 인원이 2400여 명”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심지어 사형 선고 당일 바로 집행한 경우도 있고, 사형수의 장기(臟器)를 임의로 적출해 이식수술에 이용하는 관행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사형제 완전 폐지 국가가 1995년 59개국에서 2014년 말 98개국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같은 기간 사형 집행 국가는 41개국에서 22개국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