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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외교·대북관계, 국민은 답답한데 외교부는 자화자찬만

입력 | 2015-04-03 00:00:00


광복 및 분단 70년을 맞아 외교적 해법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크지만 정부는 그에 걸맞은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동아일보와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 및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높게 나타났다. 가장 우선적인 대외정책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꼽고, 응답자의 51.6%가 일본의 과거사 도발에도 한일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은 현재의 대외관계를 답답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 외교는 한반도를 놓고 각축 중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중국은 한미일 공조의 약화를 노리고 외교적 관례를 무시하며 끊임없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반대론을 펴고 있다. 일본은 중국 견제를 위해 미일동맹 강화에 집중하며 워싱턴을 무대로 한국이 ‘이미종중(離美從中·미국을 떠나 중국을 따른다)’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정부는 미일동맹이 가져다주는 전략적 이익을 더 중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한국 피로증’이 이를 반영한다. 한국이 친중, 반일 행보를 계속할 경우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을 제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원하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이 과제를 풀어갈 정부의 외교능력은 위태롭다. 그런데도 정부는 상황을 미화하며 주요 현안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라는 자화자찬을 했다. 이 발언이 논란을 빚자 박 대통령은 “언론에서 우리가 강대국 사이에 끼었다며 ‘어이쿠 큰일 났네’ 하는데 너무 그럴 필요 없다”며 두둔하고 나섰다. 정부가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해 국민은 물론이고 전문가 집단에도 설명을 하지 않는 불통으로 일관하면 강대국을 설득할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 한국이 대중(對中) 대일(對日) 관계에서 중심을 잡으려면 아산정책연구원의 제안대로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보지 말고 한미동맹을 강화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

어제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 민주당 대표가 “의회 연설에서든 아니든 일본 국민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성명이 나오길 바란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과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미 하원은 펠로시가 의장이던 2007년 위안부 책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정부는 펠로시의 방한을 미 의회가 아베에게 적극적인 사과를 요구하도록 총력외교를 벌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