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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민족을 사랑해 ‘조선의 흙’이 된 일본인

입력 | 2015-04-03 03:00:00

서울 망우리공원 묘지서 아사카와 형제 공동추모식




2일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에서 열린 아사카와 다쿠미 형제 추모식에서 ‘아사카와 노리타카·다쿠미 형제를 기리는 모임’의 나가세키 후쿠지 회장이 차를 올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일본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아사카와 형제의 추모식이 2일 오후 3시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한일 양국의 추모객들은 묘지에 올릴 차를 주고받으며 한마음으로 의인을 추모했다.

시민단체 ‘이수현 의인 문화재단설립위원회’는 동생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의 84주기 기일을 맞아 형인 아사카와 노리타카(淺川伯敎)를 함께 기리는 공동추모식을 열었다. 이 위원회는 2004년 1월 26일 일본 도쿄(東京) 신오쿠보(新大久保) 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고 숨진 의인 이수현 씨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 이날 추모객 중에는 아사카와 형제의 고향인 야마나시(山梨) 현 호쿠토(北杜)에서 온 일본인 10명과 서울 동대문구 청량고 학생들도 있었다.

아사카와 형제는 조선의 도자기와 목공예에 심취해 문화운동을 펼친 인물이다. 이들은 현 국립민속박물관의 기원이 된 ‘조선민족미술관’을 경복궁에 세워 한국 문화재 보존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생 아사카와 다쿠미는 1914년 조선에 왔다. 그는 조선 토양에 맞는 양묘법을 개발해 산림녹화에 힘썼다. 한글을 배우고 월급을 아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선행도 베풀었다. 1931년 급성폐렴으로 사망할 때 “조선식 장례로 조선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망우리공원묘지에 묻혔다. 그는 형의 영향을 받아 한국 공예를 소재로 한 ‘조선의 소반’ 등의 저서를 남겼다. 2012년에는 그의 삶을 다룬 ‘백자의 사람: 조선의 흙이 되다’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동생과 함께 조선에 들어온 아사카와 노리타카는 ‘조선 도자기 귀신’으로 불렸다. 그는 전국 도기 가마터 678곳을 답사하며 조선백자에 담긴 백의민족 정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백의민족 정신이야말로 인류사에 가장 평화적인 사상”이라고 설파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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