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전공자들 훌륭한 SW 개발, 창의력 뽐내 주변 네트워크 분석 ‘넷마이너’… 사회학도가 개발해 해외 판매 과학교육과 학생이 음악앱 내기도
지난해 성균관대 ‘융합 모바일앱 공모전’에서 ‘얼굴 작곡가’ 앱으로 대상을 받은 선우연, 김현지 씨(위쪽 사진 왼쪽부터)와 지리정보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김한국 비즈지아이에스 분석팀장(아래 사진). 이들은 “소프트웨어는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고 입을 모았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
“소프트웨어요? 저도 처음엔 겁부터 났는데, 핵심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더라고요.”
김 씨가 개발한 앱은 ‘얼굴 작곡가(Face Composer)’. 카메라가 얼굴 표정을 인식해 상황에 적합한 음악을 틀어준다. ‘십이지장’이란 팀을 만들고 기술적인 코딩은 컴퓨터공학도인 선우연 씨(20)가 전담했다. 김 씨는 “앱이 어떻게 작동해야 편리할지 전체 과정을 설계하고, 상황에 따라 어떻게 실행돼야 하는지 기본 틀을 짰다”고 말했다.
○ 사회 네트워크 분석에 SW 활용
최근 대학가에 소프트웨어 바람이 불고 있다. 컴퓨터 언어를 배우고 컴퓨터 작동 원리에 집중하던 1990년대식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컴퓨터의 해결 능력을 사고에 그대로 적용한 ‘컴퓨팅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가 대세다. 컴퓨팅적 사고 없이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기 어렵다는 인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선우 씨는 “요즘 대학에서는 소프트웨어와 창의라는 말을 같은 뜻으로 쓴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활용에는 문·이과 구분도 없다. 김기훈 사이람 대표(54)는 사회학과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사회학도 출신이다. 대학원 시절 김 대표와 소프트웨어는 ‘악연’에 가까웠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컴퓨터가 막 도입되던 시절 워드프로세서로 학회 발표 자료를 준비하다가 갑자기 파일이 날아갔다”면서 “결국 발표를 망쳤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넷마이너’는 현재 전 세계 60개국에 판매됐다. 유엔과 세계은행(WB)도 이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 김 대표는 “이제는 컴퓨터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면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SW 핵심은 스스로 만들면서 창의성 획득
지리 정보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대박’을 터뜨린 경우도 있다. 김한국 비즈지아이에스(biz-gis) 분석팀장(39)은 지리정보공학을 전공한 뒤 직장에 다니며 취미 삼아 코딩을 배웠다. 그러다가 결국 동료 4명과 의기투합해 회사까지 차렸다. 구글 덕분이었다.
그는 “2006년까지만 해도 지도 정보를 탑재한 분석프로그램을 구매하려면 최소 5억 원이 들었다”면서 “구글이 2007년부터 구글어스를 통해 지도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판매 가격이 10분의 1 수준으로 확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현되게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라면서 “인문학이나 사회학 등 소프트웨어 비전공자들이 소프트웨어 활용을 배우면 훨씬 창의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