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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더슨 “또 한번의 ‘대멸종’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입력 | 2015-04-05 15:57:00


“또 한번의 ‘대멸종’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영국에서 과학 전문 작가로 활동 중인 캐스파 헨더슨 씨(52)의 말이다. BBC 환경프로그램 PD, ‘파이낸셜 타임스’ ‘뉴 사이언티스트’ 등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전 운동을 펼쳐온 인물이다. 그의 저서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이 최근 국내에 발간됐다. 책은 외계인 같이 생긴 분홍빛 도롱뇽을 비롯해 우주여행까지 한 곰벌레 등 ‘듣도 보도’ 못한 진기한 동물을 다뤘다. 5일 헨더슨 씨와 이메일 인터뷰했다. 신기한 동물을 연구한 계기부터 물었다.

“할아버지가 영국 남부 햄프셔의 작은 마을에 시골 정원을 갖고 있어요, 어릴 적 정원 뒤 숲을 탐험했죠. 이후 2000년 인도네시아에서 자이언트 만타 가오리, 업사이드다운 젤리피쉬 등 너무도 신기한 생물을 본 순간 깨달음이 있었죠. 현실 속 생물들은 신화에 나오는 상상체보다 더 경이롭다는 것을…. 이후 도서관을 파묻혀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자신이 본 가장 독특한 생물로 팔 한쪽만 남아도 몸뚱이 전체를 재생시키는 ‘큰 넓적다리불가사리’, 포식자들을 속이기 위해 가짜 머리를 하나 더 가진 ‘가시도마뱀’, 사람 머리만큼 커질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단세포동물 ‘제노피오포어’를 설명했다.

“워낙 특이한 동물을 많이 알다보니 주변에서 ‘어떤 동물을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하나 꼽자면 공룡의 시대에 번성했던 프테로사우루스 일종인 ‘케찰코아틀루스’입니다. 날개폭은 작은 비행기 수준인 8미터, 지면에 서면 키가 기린에 맞먹죠.”

그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질문에 우려를 표시했다.

“기후 변화나 생물다양성 파괴가 내 일상과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 같지만 우리가 제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불행이 올 겁니다. 2억5000만 년 전 95%의 종들을 쓸어버린 대멸종, 6500만 년 전에 일어났던 공룡 멸종처럼 또 한번의 대멸종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에요. 환경 훼손을 멈춰야 합니다.”

헨더슨 씨는 또 “속칭 ‘카리스마 동물’, 즉 대중적 호소력이 있어 모금 운동이나 캠페인에 등장하는 동물인 판다, 호랑이, 고래의 보존도 중요하지만 이 보다 덜 예쁘고 작은 동물들도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존재”라며 “이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서식지들을 충분히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자연의 세계에 공간을 남겨놓는다면 자연은 스스로 복원합니다. 또 인류는 사회를 다시 디자인할 필요가 있어요. 에너지 소비를 더욱 효율적으로 하고 아이들에게 자연과 공존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한국의 기술적인 발전, 경제적인 성장이 굉장히 놀랍죠. 하지만 한국사회과 인간의 웰빙 뿐 아니라 다른 생물을 보호함으로써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과 가치를 구현하고 있는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그는 “‘불가사의의 새로운 지도’(The New Map of Wonder)란 책을 현재 집필 중”이라며 “당신이 사는 삶과 세상을 정말 경이롭게 만들고 싶다면 주변의 자연을 둘러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