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협상을 극적으로 성사시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제 ‘워싱턴과의 일전’을 위해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있다.
의회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이란에 핵개발 빌미를 제공했다”며 협상 결과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합의 무력화 시도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이란 제재 법안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오바마 대통령의 친정인 민주당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면 6월말로 예정된 이란 핵 협상 최종 합의 전까지 의회의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 이번 합의는 포괄적이고 정치적 의미의 합의에 불과해 최종 합의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 직후인 3일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물론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 등과 잇따라 통화했다. 에릭 슐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핵협상 타결 내용을 설명하고 6월까지 진행될 추가 협상 과정에서 협조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4일 국민들을 상대로 한 주례 라디오연설에서도 이번 합의가 좋은 합의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지지여론 확산을 시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합의안이 완전히 이행만 되면 우리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고 미국과 동맹국, 그리고 전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회와 국민에게 이란 핵 합의 내용을 상세히 설명할 것이며, 이를 토대로 열띤 토론이 있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선택은 △이란 핵시설 폭격 △제재 강화 △협상 등 3가지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폭격과 제재를 해도 이란은 결국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하고 계속 발전시켜나갈 것이라며 외교적 해법이 최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핵 협상 타결 직후 3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3월26일¤29일 실시·1003명)에 따르면 59%가 찬성했고 31%가 반대했다. 일단 미국 내 여론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라는 의미이지만 협상 타결 이전에 실시된 조사라는 한계는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