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50년, 기적의 현장을 가다]<7>SK건설,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유라시아 해저터널 굴착에 투입된 터널굴착장비(TBM) ‘일디림 바예지드’의 모습. 지름 13.7m, 길이 120m, 무게 3300t의 대형 장비라 독일에서 제작해 분해한 뒤 배로 옮겨와 터키 이스탄불 공사 현장에서 재조립했다. SK건설 제공
SK건설은 2008년 유라시아 해저터널 공사를 수주하며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도맡아 온 세계 해저터널 사업에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 진출했다. 해저 구간 3.34km를 포함해 총연장 14.6km, 사업비 12억4000만 달러(약 1조3516억 원)의 대형 프로젝트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세계 최초의 대륙 간 해저터널 공사라 화제를 모았다.
터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은 공공기관과 기업이 밀집된 유럽 지역과 주거지가 있는 아시아 지역이 보스포루스 해협으로 갈라져 있다. 보스포루스 1교와 2교에 양쪽을 오가는 전체 교통량의 60%가 집중되다 보니 출퇴근 시간에 다리에서 1시간 넘게 발이 묶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해저터널을 놓는 SK건설은 이런 교통 체증의 해결사 역할을 맡고 있다.
강태호 SK건설 유라시아 해저터널 프로젝트 공무팀장은 “고수압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장비가 고장 날 경우 특수 훈련된 잠수부를 투입해 고쳐야 한다”며 “1월에는 TBM 보수 역사상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압 속에서 보수 작업을 성공했다”고 전했다.
유라시아 해저터널 프로젝트는 국내외 유수 금융회사의 투자를 이끌어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모범사례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SK건설은 2012년 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유럽투자은행(EI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세계 10개 금융기관과 총 9억6000만 달러(약 1조464억 원) 규모의 금융약정을 체결했다. 영국 금융전문지 PF 매거진으로부터 ‘2012년 올해의 프로젝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터널이 2017년 4월 개통되면 하루 12만 대가 통행하며 보스포루스 해협 통과 시간이 기존 100분에서 15분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SK건설 관계자는 “SK건설의 이름을 걸고 세계 최초 대륙 간 해저터널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겠다”고 말했다.
SK건설은 지난해 신규 국가 진출에 잇달아 성공해 약 66억7000만 달러(약 7조2703억 원)를 넘는 해외 주문을 따냈다.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중동 텃밭에서 ‘플랜트 블루 오션’으로 눈을 돌린 전략이 적중했다.
글로벌 메이저사가 독점한 액화플랜트 시장에도 진입했다. 지난해 2월 매그놀리아LNG사와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천연가스 액화플랜트를 짓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건설은 올해 저유가와 중국 건설사의 약진 등으로 해외 수주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보고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프로젝트를 개발해 발주처에 사업을 제안하고 투자, 설계, 유지·관리까지 참여하는 개발형 사업(TSP)이 방안이다.
SK건설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가스 등 SK그룹 관계사의 역량을 모아 다양한 개발형 사업을 만들 수 있는 게 SK건설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