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新성장동력이다]<1>스포츠산업은 ‘창조경제’의 시작
스포츠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스포츠산업이 국가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국제 경기력에 집중하느라 스포츠산업 육성은 등한시했던 한국도 스포츠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DB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스포츠산업 전체 매출액은 2013년 기준으로 약 40조8000억 원이었다. 국내총생산(GDP)의 2.85%로 GDP 대비 비율은 미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재정상태 등 내실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다.
국내에서 프로 팀을 운영하고 있는 축구(23개), 야구(10개), 농구(남 10개, 여 6개), 배구(남 7개, 여 6개) 구단 중 흑자를 내는 구단은 단 한 곳도 없다. 모두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적자다. 반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뉴욕 양키스가 지난해 810만 달러(약 88억5100만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30개 구단 중 5개(LA 다저스, 필라델피아, 애리조나, 탬파베이, 디트로이트)를 제외하고 모두 흑자를 내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스포츠산업의 경쟁력은 허약한 수준이다. 용품, 시설, 서비스업으로 나뉘는 스포츠산업에서 한국은 양궁 관련 업체 등을 제외하고는 세계 수준과 격차가 크다. 스포츠용품만 보더라도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회사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문체부가 2013년 실시한 스포츠산업실태 조사 결과 스포츠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사업체의 영세성이 꼽혔다. 휠라코리아와 프로스펙스 등 일부를 제외하고 90% 이상이 10명 이하의 영세업체다. 이렇다 보니 기술 연구개발(R&D)은 물론이고 판로 개척을 위한 해외마케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기광 국민대 교수(스포츠경영)는 “정부가 그동안 경기력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국내 스포츠산업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며 “즐기는 대상이나 건강을 위한 수단으로만 스포츠를 인식했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세혁 한국과학기술대 교수(스포츠경영)는 “국내에서도 스포츠산업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며 6가지 성장 배경을 제시했다. 주 5일 근무제 등 여가시간이 많아지면서 스포츠를 즐길 시간이 늘었고, 건강과 스포츠에 대한 국민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며, 스포츠 이벤트의 흥행과 미디어의 발달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또 스포츠 과학의 발달로 다양한 스포츠 장비가 개발돼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있고, 마케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포츠 소비를 촉진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다양한 스포츠 시설과 스포츠 프로그램의 발달도 스포츠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토대로 산출한 국내 스포츠산업의 부가가치 유발계수(0.791)는 전체 산업(0.687)보다 높다.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최종수요 1단위가 발생할 경우 국민경제 전체에서 직간접으로 유발되는 부가가치 단위를 보여주는 계수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이 2013년 발표한 한국스포츠산업 중장기계획 연구조사에 따르면 스포츠산업에 1조 원을 더 투자하면 6603명의 고용이 창출된다.
실제 정부 차원에서 스포츠산업을 지원하는 국가는 적지 않다. 호주는 2013년 총액 4700만 달러 규모의 스포츠 이용권을 국민에게 지원해 스포츠 시설 이용과 용품 구입을 유도했다. 중국도 2012년 ‘스포츠산업 5개년 계획’을 마련해 일자리 400만 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문체부는 2013년 5년 동안 2740억 원을 투자하는 ‘스포츠산업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스포츠산업과도 4년 만에 부활시켰다. 윤양수 문체부 스포츠산업과장은 “2018년에는 국내 스포츠산업 시장 규모가 58조 원으로 커질 것이다. 현재 한국의 스포츠산업 고용비중은 노동인구의 1.5% 정도이지만 유럽 수준인 5.5%까지 키우겠다. 그러면 일자리 45만 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