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 군인 - 지방행정공제회 등… 공공성격 띤 60여개 관리감독 구멍 저축銀처럼 정부가 부실 메울 우려
10년 차 교사 이모 씨(34)의 월급 통장에선 매달 18만 원이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장기저축 명목으로 빠져나간다. 교직원공제회는 교직원의 노후생활 안정 등을 위해 만들어진 복지기관으로 자산 24조 원에 전현직 교직원 회원은 70만 명이다. 저축, 보험과 같은 금융상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직접 호텔, 콘도, 골프장, 상조회사 등 수익사업도 운영한다.
15년 뒤면 이 씨는 25년 가입 기간을 채워 원금에 연 4.32%의 이자가 붙은 금액을 돌려받게 된다. 하지만 자산운용 실적이 나빠질 경우 공제회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변수다. 최근 5년간 교직원공제회는 3633억 원의 손실을 봤다. 지금은 들어오는 돈으로 나가는 돈을 메우는 데 문제가 없지만 수익이 계속 줄면 회원에 대한 혜택이 줄거나 수십 년 뒤 적자를 정부 재정으로 메우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5일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7대 공제회의 ‘2010∼2014년 자산 및 수익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중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 ‘빅3’의 손실은 5년간 1조2389억 원에 달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7대 공제회 외에 공공 성격을 띤 공제회는 60여 개로 추산된다. 조성일 중앙대 교수는 “회수 불가능한 투자 등이 회계에 제때 반영되지 않는 등 자산 운용에 문제가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제회들의 부실이 커질 경우 정부 책임이 아닌데도 공적자금이 투입된 ‘제2의 저축은행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대 공제회의 경우 정부가 부실을 메워주도록 관련 법규가 명문화돼 있다.
조 교수는 “정부 내에서 공제회를 누가 들여다볼지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하고 4대 공적연금에 준해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제회 ::
세종=손영일 기자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