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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회동’ 문재인 “도와달라”, 박지원 “선당후사의 자세로…” 수용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5일 박지원 의원과 전격 회동을 하고 4·29 재·보궐선거를 도와달라고 요청하며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박지원 의원은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돕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전격 회동을 하며 1시간 4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 분열로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서울 관악을에 정동영 전 의원이 출마하면서 이 지역 호남 유권자의 표심이 결정적 변수가 된 상황. 이에 문재인 대표에게 박지원 의원은 호남 지지층을 결집시킬 ‘키맨(key man)’인 셈이다.
당초 문재인 대표는 5일 오전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고문에게서 선거 지원을 약속받은 뒤 박지원 의원을 만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권노갑 고문에게 양해를 구하면 박지원 의원이 (동교동계를 설득해야 할)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권노삽 고문과의 회동이 무산되면서 박지원 의원과의 만찬도 미뤄질 것으로 보였지만 문재인 대표가 강한 의지를 보여 이날 밤 만남이 성사됐다고 한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전격 회동 후 서면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표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 4·29 재·보선에 대해 간곡히 도움을 청했으며 그간의 오해도 다 풀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논의된 사항에 대해서는 권노갑 고문 등 몇 분과 협의하여 국민을 보고 명분 있는 선당후사의 자세로 정리해 연락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표는 박지원 의원과의 전격 회동 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회동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가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만나 이야기가 아주 잘됐다고 했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고 전했다.
박지원 의원은 동교동계가 2·8전당대회와 뒤이은 관악을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입은 상처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의원 측 인사는 “박지원 의원이 ‘문재인 대표가 호남을 홀대하지 않는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또 동교동계를 설득할 수 있도록 모양을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는 등의 이야기들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권노갑 고문은 이날 오전 9시로 예정된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을 1시간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표면적인 회동 ‘연기’ 이유는 상임고문 및 최고위원들의 참석률 저조였으나, 전격적인 회동 취소에는 권노갑 고문의 선거 지원을 반대하는 동교동계 내부 기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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