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가정주부 권모 씨(54·여)는 2011년 1월 사기를 당해 1억 2000만 원을 날렸다. 이 때문에 속앓이를 하던 권 씨에게 한 지인이 “사회지도층에 발이 넓은 사람을 안다”며 이모 씨(56·여)를 소개해줬다. 이 씨는 권 씨를 만나자마자 “검찰청 간부를 잘 안다. 사기친 사람을 구속시키고 날린 돈도 찾아주겠다”고 꾀었다. 그때부터 사기 행각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씨는 “로비 자금이 필요하다”며 권 씨에게서 1억 원을 받아 챙겼다. 하지만 사기당한 돈은 찾아 주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씨는 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는 권 씨의 딸을 사기 대상으로 삼았다. “부산시교육청 고위 간부를 잘 안다”며 정교사로 임용되게 해주겠다고 속여 돈을 챙긴 것.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이 씨는 권 씨에게 “딸을 대학교수가 되도록 해 주겠다”고 다시 속였다. 이 씨는 이 같은 거짓말로 2차례에 걸쳐 2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 챙겼다.
다음 목표는 권 씨 아들이었다. 이 씨는 “한국수력원자력 고위 간부를 잘 아니 아들을 취직시켜주겠다”고 속여 거액을 받아 챙겼다. 이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씨는 사기 행각을 이어갔다. 그는 “부산시청 고위 공무원을 통해 해운대와 송정에 있는 시유지를 불하받게 해 10배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속였다. 돈이 급해진 권 씨는 대출을 받고 살고 있던 아파트를 급매로 내놔 시세보다 3000만 원 이상 싸게 처분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