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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월호 인양 놓고 정부는 여론조사 뒤에 숨지 말아야

입력 | 2015-04-07 03:00:00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면 실종자 가족과 전문가들의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 선체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는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의 의사와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세월호를 인양하는 쪽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는 발언이다.

세월호 선체의 인양 여부는 이달 1일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배상 기준을 발표했을 때 희생자 가족들이 “선체 인양이 먼저”라고 거세게 반발하면서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선체를 온전히 인양해 아직 찾아내지 못한 실종자 9명을 수습하길 바라는 유가족들의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선체를 인양할 경우 사고 원인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양한 세월호 선체를 특정 장소에 전시해 안전 의식을 높이는 교훈적 상징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세월호는 인양되어야 한다”고 거들고 나선 것도 이 문제가 다시 국민을 분열시키고, 정치적인 공격의 소재가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인 듯하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어제 “이달 중에 세월호 인양 여부에 대한 기술검토 태스크포스(TF) 작업이 끝나면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한 인터뷰에서 “여론조사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선체 인양 여부를 묻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인양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0%를 웃돌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그동안 찬반이 엇갈렸던 인양 문제를 놓고 우물쭈물하다가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여론조사에 결정을 떠넘기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세월호 인양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출범한 TF는 올해 3월 말 국민안전처에 결과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선체 인양은 고난도의 작업이다. 또한 여러 분야의 해양기술과 공법을 집약하고 초대형 해양 중장비들을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TF가 내린 결론과 최대 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인양 비용, 1년에서 1년 반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작업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인양 과정에서 추가 희생자가 발생하거나 일부 시신이 유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내용을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한 뒤 정부가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