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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결산] ‘재미있는 농구·심판 개혁’ 다 놓친 불통 KBL

입력 | 2015-04-07 05:45:00

동부 팬들이 2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챔프전 3차전 도중 KBL 김영기 총재를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 문구에는 소통 없는 KBL을 향한 ‘팬심’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원주|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上. KBL이 바로서야 남자농구가 산다

원로 김영기 총재, 혜안 대신 불통리더십
U1파울 내내 말썽…용병제 변화도 반발
중계 위해 시간 변경…팬들 현수막 비난
주먹구구식 심판 개혁…불신 더 깊어져

모비스가 정규리그-플레이오프 통합 챔피언에 오르며 ‘2014∼2015 KCC 프로농구’가 막을 내렸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을 통해 한국남자농구가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 탈환에 성공하자 장밋빛 희망을 품고 시즌에 돌입했지만, 일부 긍정적 변화를 제외하면 관중 동원은 물론 행정적 측면에서도 큰 아쉬움을 남겼다. 다음 시즌 남자프로농구의 도약을 위해 스포츠동아는 3회에 걸쳐 2014∼2015시즌의 명암을 돌아본다. <편집자주>

KBL(한국농구연맹)은 남자프로농구를 관장하는 최고 기관이다. 10개 구단과 상호협력 하에 장기적 비전을 갖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김영기 총재 체제의 KBL은 여러 측면에서 시행착오를 범했다. 지난해 7월 제8대 수장으로 취임한 김 총재는 ‘재미있는 농구, 빠른 농구’와 함께 경기의 질을 떨어뜨리는 ‘심판 개혁’을 화두로 제시했다. 그러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현수막 해프닝’ 부른 불통의 리더십

이미 제3대 KBL 총재를 역임한 농구원로 김영기 총재가 다시 수장을 맡았을 때, 농구팬들은 그에게 위기에 빠진 한국농구를 구할 혜안을 기대했다. 그러나 김 총재는 큰 틀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세부적 사항에 매달렸고, 이마저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 총재는 ‘팬들을 끌어모으는 농구’를 위해 기존 로컬룰이 아닌 국제농구연맹(FIBA) 룰을 도입하고, 속공 파울인 U1 파울을 신설했다. 심판은 물론 현장 지도자들까지 적용 기준이 애매하다는 논란을 낳은 U1 파울은 시즌 내내 속을 썩였다.

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밀어붙인 용병제도 변화도 큰 반발을 샀다. 각 구단은 다음 시즌부터 키 193cm를 기준으로 장신 1명, 단신 1명의 용병을 선발해야 한다. 현행 2명 보유-1명 출전 규정도 다음 시즌부터는 2·4쿼터에 2명이 함께 뛰는 것으로 변경됐다. 기존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재계약은 원천적으로 불가하다. 이 같은 결정은 10개 구단은 물론 팬들의 반발을 불러왔지만, KBL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급기야 모비스-동부의 챔피언결정전 도중 지상파 중계를 위해 평일임에도 경기개시시간을 오후 5시로 변경하자 성난 관중이 KBL의 무능을 질타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 더 깊어진 ‘심판 불신’

김영기 총재는 취임 초 “선수들의 노력을 심판들이 그르치지 않도록 하겠다”며 “심판들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끊임없이 반복된 오심 문제는 흥행의 발목을 잡았다. 준비과정 없이 도입된 U1 파울이 도화선이 됐고, 승부를 좌우하는 결정적 오심이 거듭되면서 현장과 팬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급기야 KBL은 시즌 막판 비디오판독 확대라는 칼을 꺼냈지만, 이마저도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KBL은 심판 수준 향상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못한 채 임시처방으로 일관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탈락한 A팀 감독은 이렇게 얘기했다. “선수들의 노력이 심판 판정으로 결정돼 마음이 아프다.” 이번 비시즌 동안 KBL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문제는 바로 심판 문제다. 반복되는 오심은 코트의 신뢰를 무너뜨렸고, 팬들이 등을 돌리게 하는 주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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