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늄-우라늄 기술 맞교환 의혹… 美 “핵실험 자료 공유 합의” 주장 핵무기 개발 물증 확보할 수도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반적인 사찰은 물론이고 이보다 더 심도 깊은 사찰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이란 핵 협상의 불똥이 북한으로 튈 가능성이 열려 있다.
미국 국무부는 3일 이란과의 핵 협상 잠정 합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란이 과거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한 IAEA의 관심 사항을 다루기 위해 일련의 조치들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5일 “이란 핵 사찰 과정에서 모종의 증거가 포착되면 미국이 북한의 핵 확산 의혹 증거도 잡는 의외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IAEA는 2011년 11월 이란이 우라늄탄을 개발하고 있으며 컴퓨터를 사용한 모의 핵폭발 실험을 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북한-이란 핵 개발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불거졌다. 북한이 플루토늄 추출 방식의 핵무기 제조 기술을 이란에 제공하고 반대로 이란은 북한보다 앞선 우라늄 농축 기술과 농축우라늄을 북한에 제공한다는 거였다.
핵 커넥션을 의심하는 증언은 많았다. 2010년 8월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미사일, 잠수정 개발 기술을 이란에 수출하고 우라늄 농축 기술을 수입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같은 해 4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전 일본 방위상은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은 이란에 미사일과 핵 기술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를 설립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핵 확산 전문가인 헨리 소콜스키 씨는 2003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백 명의 북한 기술진이 이란 핵 및 미사일 기지 10곳에서 일해 왔는데, 인원이 너무 많아 해변 리조트를 통째로 차지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중국과 북한 문제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도 이달 1일 “이란은 북한에서 핵폭탄을 계속해서 개발할 수 있다”며 “평양과 테헤란과의 비행시간을 감안할 때 이란은 하루면 거뜬히 핵폭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실시한 세 차례의 핵실험에 대해서도 이란과의 연관성이 제기됐다. 미 의회 조사국(CRS)은 2008년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과 이란은 2006년 북한의 지하 핵실험 자료를 공유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합의를 했다”며 “이란의 원자력부 관리들이 방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의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6월까지 이란 핵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전된 이후 이란 핵 시설과 핵 물질 공정이 서방에 공개된다면 이란이 자국이 손해 보지 않는 범위에서 북한과의 커넥션에 관한 일부 물증을 또 다른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