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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 보며 스케치 연습”… “알고보니 여친이 내 팬”

입력 | 2015-04-07 03:00:00

19禁 웹툰 작가 ‘세컨드’의 안나래-‘캠퍼스 밀크푸딩’의 탱크가이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에 19금 웹툰을 연재 중인 안나래 씨(왼쪽)와 탱크가이가 소파에 기댄 채 자신의 작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작가의 머릿속에 늘 19금 상상만 가득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안 씨는 “스토리 짜는 순간만 19금을 생각하지, 평소엔 평범하게 살고 착한 연애를 한다”며 웃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른바 ‘19금(禁) 웹툰’이 요즘 20, 3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다.

출판만화 시절 공개된 장소에서 성인 만화를 보기 부담스러웠던 여성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19금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19금 웹툰이 성공하려면 여심(女心)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유료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의 김준협 PD는 “19금 웹툰 독자층은 7 대 3 정도로 여성이 많고, 작가도 여성이 6 대 4로 많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레진코믹스 사무실에서 ‘세컨드’의 안나래 씨(27)와 ‘캠퍼스 밀크푸딩’ ‘어느날 잠에서 깨어보니 베이글녀가 되어 있었다’의 탱크가이 작가(29)를 만나 19금 웹툰의 세계를 훔쳐봤다.

○ “말초신경만 자극해서는 안돼”

야한 상상만 하느라 안색이 퀭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예절 바르고 건강한 두 남녀가 나타났다.

이들은 19금 웹툰의 성공 조건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리얼리티를 꼽았다. 남성의 성적 흥분만 자극하는 일본 성인물과 달리 요즘 젊은 세대의 솔직한 성(性)을 ‘리얼하게’ 담아야 남녀 독자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실제 여성 독자의 성적 환상을 충족시키는 여성 작가의 웹툰이 더 인기가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오로지 여성만을 위해 기획된 19금 순정만화까지 등장했다. ‘19금’ 콘텐츠라고 해도 성기 묘사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세컨드’는 단짝 친구의 연하 남자친구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 여성이 주인공이다. 요즘 등장한 ‘쌍년’(나쁜 여자) 코드에 대한 여성들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안 씨는 “‘만족감을 채워준다’는 여성 독자의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캠퍼스 밀크푸딩’의 주인공은 대학 복학생 모태솔로 ‘남마초’다. 탱크가이는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여자를 만나기 어려워하는 ‘초식남’(연애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남자를 식물에 비유한 것)의 세계를 반영했다”고 했다.

○ “‘야동’(야한 동영상) 보면서 연습해야겠어”

안 씨는 좀 더 리얼한 웹툰을 위해 ‘민망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새 웹툰을 준비하며 동갑내기 남자친구에게 야동을 구해 달라고 부탁한 것. 19금 웹툰이라 남녀의 정사 장면 묘사가 꼭 필요했다. 안 씨는 장장 한 달간 일본산 야동을 보면서 따라 그렸다. 민망하거나 흥분할 새가 없었다. 몸의 굴곡을 묘사하는 누드도 어렵지만 남녀가 벌거벗은 채 엉킨 모습을 그리는 일은 몇 배나 더 어려웠다.

탱크가이는 19금 웹툰을 그리는 사실이 민망해 여자 친구에게 비밀로 했다. 나중에 이를 고백했는데, 알고 보니 여자친구는 탱크가이를 포함한 19금 웹툰의 팬이었다.

그는 “카메라에 비유하면 여성 작가는 상대의 몸을 훑는 손에 집중해 분위기를 살리고, 남성 작가는 가슴 같은 특정 부위에 포커스를 맞춘다”며 “여성 작가는 파스텔톤, 남성 작가는 살색과 핑크색을 선호한다”고 했다.

성인 콘텐츠는 늘 음란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레진코믹스의 일부 콘텐츠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차단 조치를 내렸다가 곧 철회하기도 했다.

안 씨는 “19금 웹툰엔 요즘 성담론이나 고민을 담는 순기능도 있다”고 했다. 탱크가이는 “재미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처럼 성적 활기로 출산이나 결혼을 장려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