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법률적 효력을 갖는 주소 역할을 하고 국가 간 외교문서의 전달 창구로도 활용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의 매튜 쿠퍼 판사는 6일 행방불명된 남편의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아 이혼소송에 어려움을 겪던 한 여성에게 “사실상 유일한 연락 수단인 페이스북 계정으로 이혼청구서류를 보내도 법적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고 뉴욕데일리뉴스가 보도했다. 이 결정에 따라 최종적으로 이혼 판결이 내려지면 ‘사상 최초의 페이스북 이혼’이란 기념비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데일리뉴스는 설명했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인 간호사 엘라노라 바이두 씨(26)와 빅토르 세나 블러드-즈라큐 씨는 2009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혼인 신고를 했다. 바이두 씨는 고향의 부모를 모셔와 결혼식을 가나 전통 혼례로 치르고 싶어 했고 남편인 블러드-즈라큐 씨는 당초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 때문에 두 사람은 첫날밤도 치루지 않은 채 헤어지게 됐다. 남편은 행방을 아예 감춰버렸다. 법률적으로 기혼 상태인 바이두 씨는 사설탐정까지 고용해 남편 소재지를 찾았지만 차량등록국(DMV)에서도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휴대전화도 고지서를 받지 않고 요금을 미리 충전해서 쓰는 ‘선불폰’이었다. 그 선불폰 전화번호와 페이스북 계정이 바이두 씨가 남편과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한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47명 명의의 이란 핵 협상 무력화 서한 작성을 주도한 톰 코튼 상원의원은 최근 뉴욕타임스매거진(주간지)과 인터뷰에서 “그 서한을 밀봉해서 우편으로 이란에 보냈느냐”는 질문에 “봉투도 필요 없고, 그래서 밀봉할 이유도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트위터 하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그의 계정에 그 문서를 트윗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외교 문서가 SNS 계정으로 전달되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