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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가치공유’ 삭제… 또 ‘독도 영유권’ 억지

입력 | 2015-04-08 03:00:00

[日, 이번엔 외교청서 도발]교과서 이어 이틀째 ‘독도 도발’
‘영유권’ 문서 정부 홈피에 게재… 영어로도 번역해 국제 여론전
“위안부 문제 법적 완전해결” 주장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7일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에 대해 ‘자유,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등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문구를 삭제한 2015년판 외교청서를 채택했다. 외교청서는 일본 외교의 현황을 분석하고 전망을 담은 문서다.

일본의 2015년판 외교청서에는 한국을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만 규정하면서 ‘양호한 일한 관계는 아시아·대양주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불가결하다’고 적혀 있다. 지난해 외교청서가 한국을 ‘자유,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등의 기본적인 가치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확보 등 이익을 공유하는 나라’라고 표현한 데 비해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일본 언론은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기소 건이 이번 외교청서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또 청서는 독도에 대해 ‘역사적 사실로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기술했다. 2008년 이후 8년 연속 같은 주장을 담은 것이라지만 전날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18종 모두에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기술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일본의 독도 공세가 심상치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특히 이날 자신들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과거 행정문서와 등기부등본 등 1000여 점의 자료를 수집해 정리한 보고서를 내각관방 영토주권대책조정실 홈페이지에 올렸다. 올여름까지는 이 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일문 및 영문으로 정부 홈페이지에 실을 방침이다. 이날 발표한 외교청서 전문도 영문으로 번역해 외무성 홈페이지에 올릴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를 겨냥한 치밀한 계획표에 따라 자료 수집과 국제 홍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청서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해와 달리 아시아·대양주 파트 총론에 별도 항목으로 기술하고 ‘법적으로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기에는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해 피해자 구제 활동을 했다는 기술과 함께 아사히신문이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 씨의 위안부 강제 연행 증언에 입각해 쓴 과거 기사를 취소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정부는 7일 일본 정부가 2015년판 외교청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담은 것에 대해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항의했다. 전날 중학교 교과서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채 검정을 통과하자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한 데 이어 이틀째다.

일본 내부에서도 전날 중학교 교과서 검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7일 ‘교과서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교과서 편집 지침을 고쳐 영토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생각을 적도록 요구했다’며 ‘교과서는 국가의 홍보지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쿄신문도 ‘정부의 견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아베 정권이 지향하는 균형 잡힌 교육인가’라고 비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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