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기자
그런데 최근 귀에 박힌 한 전문가의 해석이 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지금 한국 제조업계에는 이렇다 할 국내 경쟁자가 없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에 대적할 강한 2, 3인자가 있다면 협력업체들을 포함한 국내 산업 전체가 더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자동차산업을 놓고 보자. 현대·기아차는 국내 시장의 60∼70%를 가져가고 있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3곳을 합쳐도 기아차 한 곳의 시장점유율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구조에선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현대·기아차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장 연구위원은 “협력업체들이 대기업 한 곳에 포로가 돼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에 납품하지 못하는 부품업체들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면 우선 전체 부품업체 수가 더 늘어날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기술력이 뛰어난 부품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적 ‘러브 콜’을 받으며 수익성을 높일 수도 있다. 경쟁적 구조 속에서 산업에 활력이 돌게 된다.
LG전자 스마트폰 ‘G4’가 29일 첫선을 보인다. 2000년대 후반까지 LG전자는 삼성전자를 위협할 만한 강력한 경쟁자였다. 그러나 애플 ‘아이폰’ 등장 이후 스마트폰 위주로 빠르게 재편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졌다. 삼성전자가 최대 실패작으로 꼽는 ‘갤럭시S5’마저도 5000만 대 이상 팔린 반면 LG전자 ‘G3’은 아직 1000만 대 고지도 넘지 못했다. 휴대전화 시장에선 LG전자를 삼성전자의 경쟁자로 보는 이가 많지 않다. 더불어 국내 수많은 휴대전화 부품업체들은 오로지 삼성전자만 바라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LG전자는 G4 판매 시점을 지난해 G3 때(5월 말)보다 한 달 앞당겼다. 삼성전자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출시일(10일)과 한 달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제품 경쟁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지난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G4를 해외 여러 바이어들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여기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갤럭시S6와 정면승부를 결심했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