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도 초반 호조… 다른 점은
먼저 선수 소개.
▽2013년의 KIA 타이거즈=시즌 전 삼성의 독주를 견제할 유일한 팀으로 꼽힘. 선수 구성은 삼성보다 낫다는 평을 들었음. 최종 순위는 신생팀 NC에도 1.5경기 차 뒤진 8위. 그래서 생긴 별명은 용두사미.
▽2015년의 KIA 타이거즈=시즌 전 전문가들이 예외 없이 하위권으로 지목. 안치홍, 김선빈, 이대형 등 주전 선수 대거 이탈.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9전 전패. 개막 후 환골탈태. 8일 현재 6승 2패로 선두.
▽2013=여어∼. 깜짝 놀랐네. 그런데 잘나간다고 자만하지 말라고. 나도 4월까지는 13승 1무 5패(승률 0.722)로 선두를 달렸어. 중요한 건 여름 이후 순위 싸움이 본격화될 때 잘하는 거야.
▽2015=방심할 일도 없고, 우리가 강팀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 그냥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경기마다 최선을 다할 뿐이야. 요즘 우리 선수단 분위기는 최고거든.
▽2013=많은 사람들이 ‘찻잔 속 태풍’이 아닐까 의심해. 초반 ‘끗발’이 ‘×끗발’이라는 말도 있잖아.
▽2015=이런 얘긴 안 하려 했는데 다른 구단의 코치들은 이미 우리를 인정하고 있어. 수도권 구단 A 코치가 은밀히 그러더라고. “만약 포스트시즌에 간다면 강한 선발을 가진 KIA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될 것”이라고. 그러면서 우리 투수진을 부러워하고 있지. 두 명의 외국인선수(험버, 스틴슨)도 그렇지만 토종 에이스 양현종의 존재가 정말 크다면서 말이야. 똘똘한 선발 3명이면 어지간해선 연패를 당하지 않지. 여기에 김진우 서재응 김병현도 언제든 합류할 수 있으니 부러워할 만도 하지.
▽2015=B구단 배터리 코치가 보기엔 우리 포수들(이성우, 이홍구)이 괜찮대. 무엇보다 2루 송구가 되는 포수들이라는 거야. 2013년엔 9개 팀 중 유일하게 도루 저지율이 1할대였잖아. 주자만 나가면 투수들이 불안해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지. 물론 지금의 2루수 최용규와 유격수 강한울은 이름값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야. 그런데 어디 야구를 이름으로 하나?
▽2013=나 때도 최희섭, 윤석민이 있었어. 그런데 최희섭은 부상으로 전전하다 서서히 잊혀져 갔고, 윤석민은 7세이브를 거뒀지만 선발승은 1승에 그쳤지. 듣자 하니 둘이 많이 달라졌다던데 뭐가 바뀐 거야?
▽2015=위-아래, 위-아래 모든 게 바뀌었어. 최희섭은 야구가 재미있어졌대. 목표를 잃고 방황했는데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김기태 감독)을 만난 뒤 자신의 모든 걸 바치기로 했어. 윤석민의 합류는 그야말로 천군만마야. 당시엔 메이저리그 가려던 것을 붙잡아 의욕이 떨어졌잖아.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 먹고 돌아온 올해는 당연히 다르지.
▽2013=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상 선수가 나오지 않는 거야. 나도 부상 선수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바닥 없이 추락했거든.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선수 층이 얇은 게 걱정스러워. 더구나 올해는 144경기인데.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