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사회부 차장
번듯하고 월급 많은 일자리는 ‘멸종위기종’이나 다름없고 정규직이라는 특수 신분은 ‘천연기념물’쯤 되는 듯하다. 취업이 이렇게 힘들다 보니 취업준비생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혹은 학비에 보태려고 알바에 나서게 된다. 중고교생도 4명 중 1명이 알바를 해봤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알바 자리조차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기준도 지키지 않은 채 청년의 피를 빨아먹는 듯한 현실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요즘 청년에겐 생소한 전태일이란 이름을 꺼내야겠다. 45년 전인 1970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고 분신자살을 택한 당시 22세이던 청년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경제나 근무조건은 비교할 수 없이 성장했고 좋아졌다. 목숨을 건 전태일의 외침을 듣기 전까지 당시 재봉사들은 하루 14시간씩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재봉틀을 돌리면서도 저임금이나 부당해고가 당연한 줄 알았다.
‘조금만 참아, 잘될 거야’라고 말하는 정부 속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청년이 희망을 품지 못하면 그 나라에도 미래는 없다. 능력 없고 게으른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학교 다니면서 알바에 뛰어든 15∼29세 청년만 73만8000명이다. 재벌이나 연예인의 무개념 언행 하나에도 온 국민이 분노하는 ‘공감 강국’이지만 유독 청년 고통에 성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아이돌 걸스데이의 혜리는 최저 시급이 ‘쬐끔’ 올랐다며 눈을 찌푸리는 광고로 청년 알바의 공감을 얻었고, 위로도 줬다는 평을 듣는다. 전태일의 울림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 시기에 그만한 호소와 위로가 있었나 싶다. 정부 권력은 다른 국가 대사에 바쁘니 어쩔 수 없다 치고, 공감 능력 뛰어난 이 땅 국민이 청년 알바의 고통에 눈길과 관심을 쏟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 알바의 그늘이 조금이라도 걷힐 수 있다. 동아일보가 청년위원회, 취업포털 알바몬과 공동으로 시작한 ‘착한 알바’ 사업장 찾기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