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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소양강 처녀’ 실존 주인공 2명 만났다

입력 | 2015-04-10 03:00:00

강원도 주선으로 춘천서 회동… 작사가 故 반야월 선생 회고




2005년 소양강변에 세워진 ‘소양강 처녀상’.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의 실존 주인공 2명이 고향인 강원 춘천에서 9일 만났다. 반야월 선생(1917∼2012)이 가사를 쓴 소양강 처녀의 주인공은 춘천에 살고 있는 윤기순 씨(62)와 충남 계룡시의 박경희 씨(65). 소양강 인근에 살았던 이들은 강원도의 주선으로 이날 도청 통상상담실에서 만나 반 선생과 고향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이 자리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최동용 춘천시장도 함께 했다.

윤 씨는 1990년 TV 가요프로그램에 출연한 반 선생이 소양강 처녀의 주인공으로 실명을 거론하면서 공식 소양강 처녀가 됐다. 가수 지망생이었던 윤 씨는 1968년 상경해 ‘가요작가 동지회’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노래 공부를 하고 있었고 반 선생과의 만남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소양강 어부였던 윤 씨의 아버지가 그해 6월 반 선생 등을 초청해 소양강에서 천렵을 했고 이때 소양강의 석양 물안개 등을 보고 가사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씨는 1970년 신곡 음반을 냈지만 주목받지 못하자 밤무대 가수 등으로 활동하다 2006년 4월 춘천으로 귀향해 현재까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의 실존 주인공인 윤기순 씨(왼쪽)와 박경희 씨가 9일 강원도청에서 만나고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박 씨의 존재는 2007년 자신의 입을 통해 알려졌다. 박 씨는 한 언론을 통해 반 선생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자신이 소양강 처녀의 실존 주인공임을 주장했다. 1967년 3, 4월 당시 박 씨 부모가 운영하던 호수여관에 반 선생이 보름간 투숙했고, 고교 3학년이던 박 씨가 반 선생을 소양강 상류의 섬까지 배로 데려다주었다고 한다. 이후 반 선생이 “너의 사연을 노랫말로 썼으니 나중에 음반이 만들어지면 춘천에 와서 전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강원도는 당시 반 선생의 행적을 확인했고 박 씨 주장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박 씨를 제2의 실존 주인공으로 인정했다. 당초 소양강 처녀 모델을 윤 씨라고 말했던 반 선생도 박 씨의 주장 이후 “소양강 처녀는 어느 특정 인물의 얘기를 쓴 것이 아니라 소양강 인근에 살던 모든 처녀들을 주제로 쓴 것”이라고 밝혀 박 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소양강 처녀는 반 선생의 가사에 1970년 이호 선생이 곡을 만들었고 그해 가수 김태희가 발표해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음반 10만 장 판매 기록을 세웠다.

강원도는 두 주인공의 사연과 노랫말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스토리텔링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개할 계획이다. 춘천시는 2005년 소양강변에 세워진 소양강 처녀상 주변을 관광명소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스카이워크를 설치하고 수상레저 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또 이에 관한 창작 뮤지컬 제작 및 축제와 연계한 소양강처녀 선발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춘천을 찾은 박경희 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을 찾아왔다. 반야월 선생님과 만났을 당시에는 유명 작사가인줄은 몰랐지만 그분이 했던 말과 행동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