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모습 9일 오전 5시경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자택을 나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점선 안)이 잠시 뒤 집 근처 골목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검찰은 당초 지난달 초부터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해외 자원개발 관련 사건을 특별수사1부로 모아 내사를 시작했다. 지난달 18일 경남기업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국석유공사의 성공불(成功拂) 융자금 등 정부 지원 과정의 비리 의혹 규명은 쉽지 않았다. 성공불 융자금의 성격 자체가 실패할 경우 갚지 않아도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남기업이 정부 지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자금을 지원한 석유공사나 광물자원공사 경영진 처벌도 쉽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정책적, 경영상 판단에 대해선 업무상 배임 혐의가 거의 인정되지 않는 게 법원 판례다.
이때부터 검찰 수사는 경남기업 경영 전반으로 확대됐다. 수사 인력을 추가 투입해 경남기업의 분식회계와 신용평가 등급 조작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아낸 혐의 등을 찾아내 성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검찰 수사에 대해 일각에선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 참여했다가 경영 환경이 급격히 나빠져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을 또다시 파헤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기업 경영 과정에서의 비리 혐의로 성 회장을 구속해 정관계 로비 수사의 발판으로 삼으려던 검찰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로비 수사는 거의 전적으로 핵심 관련자의 진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 의지에도 불구하고 수사의 동력을 회복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자원외교 관련 비리와 포스코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전 정권 핵심 인사들의 반격도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고인이 되신 분과 관련된 수사는 더이상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