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사월… 男-女기자가 본 사랑 영화 4편
봄을 맞아 극장가를 찾아온 사랑 영화들. 일본 만화 ‘수짱 시리즈’가 원작인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와 영국 로맨틱 지존 휴 그랜트가 출연 한 ‘한번 더 해피엔딩’,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나온 ‘나쁜 사랑’, 제임스 매커보이의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는 사랑이 지닌 다양한 면면을 담았다(위 사진부터 아래 방향으로). 프리비젼·봉봉미엘·수키픽쳐스· 언니네 홍보사 제공
△정양환=휴 그랜트가 나온 ‘한번 더 해피엔딩’이 제일 좋았어. ‘썩어도 준치’라더니 까칠한 영국 바람둥이 캐릭터는 여전히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더라.
△이새샘=좀 짠하기도 하던데. 퇴물 시나리오 작가가 결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초심을 되찾는다는 줄거리가 이젠 중늙은이(56세)가 된 자신의 모습을 담은 거 같기도 하고.
△이=일반적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지. 데이트 장면이나 키스신, 러브신도 거의 안 나오잖아. 오히려 그게 산뜻했어.
△정=열정보다는 안정, 대화가 통하는 상대를 택하는 줄거리가 어떻게 보면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휴 그랜트의 나이에 어울리는 로맨스였어.
△이=‘나쁜 사랑’은 반대로 열정과 안정 중에 열정을 택한 이야기인데…. 한 남자가 우연히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어쩌다 엇갈리고, 다시 그 동생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뒤 첫 여자와 재회한다는 줄거리, 솔직히 한국 막장 드라마 같아.
△정=결혼해서 애까지 있는데 겨우 반나절 같이 보낸 여자 때문에 흔들린다? 글쎄, 여러 면에서 공감하기 힘들었어.
△정=남자 입장에선 좀…. 주인공 셋 중 사와코(데라지마 시노부)와 결혼할 남자가 나이가 많으니 임신이 가능한지 검사를 받으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아는 한 어떤 남자도 그렇게 무심하게 말하진 않을걸.
△이=그 장면은 시사회에서 여자 관객들이 실소를 터뜨렸던 장면이었는데…. 30대 여자들의 고민을 그린 영화나 드라마는 대개 사랑이 이뤄지거나 결혼에 골인하면 이야기가 끝나는데 이 영화는 그 이후를 다뤄서 좋았어.
△정=난 커리어 우먼으로 살다 직장을 관둔 마이짱(마키 요코)의 에피소드가 와 닿더라. 결혼이 아니라 애를 낳으면 인생이 바뀐다는 점에 공감.
△이=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수짱(시바사키 고우)이 “직업도 일도 없이 외롭게 늙으면 어떡하지”하고 독백하는 장면에서 공감했어. 그냥 혼자 늙어 죽는 것보다 가난하게 늙어 죽는 게 더 무섭다는 얘기 아냐?
△정=한국이나 일본에서 젊은층이 할 만한 고민을 다룬 영화야. 혼자 살고 싶지만 그게 맞는 걸까 스스로 의구심이 들고, 사회적 보호망은 아직 부족하고. 또 주변에서도 색안경을 끼고 보니까.
△이=‘결혼하지 않아도…’가 사랑과 결혼이 필수인지 묻는 영화라면 ‘엘리노어 릭비’는 사랑만 보고 결혼한 남녀가 충격적 사건을 겪으며 서로 멀어지는 과정을 담은 영화지.
△이=남자, 여자, 그리고 둘 이야기를 묶은 버전까지 총 세 가지 버전을 각각 개봉하는데, 버전마다 조금씩 다른 장면이 있어. 사랑하는 사이라도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는 건 힘들다는 걸 보여주지.
△정=사실 슬픔을 극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 남녀의 차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차이 아닐까. 우린 흔히 ‘남자라서 이래, 여자라서 저래’라고 하지만 결국 사랑을 지키기 위해선 서로 다른 인간이라는 걸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하는 듯.
이새샘 iamsam@donga.com·정양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