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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애진 기자의 주球장창]주전인듯 주전 아닌 주전 같은 땜빵들

입력 | 2015-04-10 03:00:00

주전 부상에 기회 잡은 새얼굴들




“주전인 듯 주전 아닌 주전 같은 너∼.”

유행가 가사를 살짝 바꾸면 요즘 그라운드에서 활약 중인 ‘새 얼굴’들에게 딱 들어맞는 주제가가 될 것 같습니다. 주전 선수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땜빵’ 주전들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시즌 초반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올 시즌 1군 무대에 데뷔한 삼성의 구자욱(22)이죠. 잘생긴 외모로 인기몰이 중인 구자욱이 맡고 있는 1루의 원래 주인은 무릎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한 채태인(33)입니다.

두산에는 ‘대타 소방수’ 윤명준(26)이 있습니다. 이용찬(26)이 입대하면서 두산은 새 마무리 투수로 노경은(31)을 점찍었습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때 노경은이 다치면서 마무리 자리는 윤명준에게 돌아왔죠. 윤명준은 4경기에 나와 세이브 2개(블론세이브 0개)를 수확하며 두산의 뒷문 걱정을 덜어줬습니다.

KIA의 김다원(30)도 주전 외야수 김주찬(34)의 부상으로 최근 선발 출전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비와 두 경기 연속(4, 5일) 멀티안타를 때린 방망이 실력으로 시즌 초반 KIA의 연승에 큰 힘을 보탰죠.

이들 ‘땜빵’ 주전이 인터뷰를 할 때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 선배가 돌아올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죠. 실제로 부상한 주전들의 복귀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김주찬은 대타로 출전하며 8일 복귀 첫 안타를 신고하는 등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7일 퓨처스리그에서 실전을 치른 채태인도 복귀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것은 주전들이 돌아온 뒤 이들 ‘땜빵’ 주전의 거취입니다. 구자욱은 당장 선발 출전이 위태로워 보입니다. 원래 3루 수비 전문이지만 시즌 초반 잦은 실책으로 수비력에 대한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외야수 전환도 쉽지 않아 대타나 대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김다원은 김주찬이 돌아와도 선발 기회를 꾸준히 얻을 것 같습니다. 신종길(32)의 부상으로 KIA의 외야가 계속 비는 데다 같은 ‘대타 외야수’ 김원섭(37)의 체력부담을 덜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윤명준은 마무리를 꿰차 오히려 노경은이 다른 자리를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태형 두산 감독(48)은 노경은이 돌아와도 올 시즌 마무리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노경은이 마무리로 검증되지 않았고 부상도 있었던 만큼 무리하게 등판시키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스스로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윤명준은 시즌 내내 두산의 수호신으로 활약할 것입니다.

‘신고선수의 신화’ 넥센 서건창(26)은 2012년 주전 2루수 김민성(27)의 부상으로 개막전 선발 출장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후는 모두가 알다시피 신인상과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며 신데렐라 신화를 완성했죠. ‘땜빵’ 주전들이 제2의 서건창이 될지, 봄꽃처럼 사라질지는 주전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어느 정도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시즌이 끝날 무렵에도 그라운드에서 꾸준히 볼 수 있는 대타 주전은 몇 명이나 될까요. 많은 ‘새 얼굴’이 ‘헌 언굴’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팬들은 항상 새로운 스타에 목말라 합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