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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외교? 게으른 외교!

입력 | 2015-04-10 03:00:00

[위기의 한국외교]日 도발 수위 높이는데… 한국 무력한 대응 비판 목소리
항의성명-대사초치만 되풀이… 국제사회 설득도 제대로 못해
“日과 대화채널 닫을게 아니라 만나서 따질 건 당당히 따져야”




‘조용한 외교인가, 게으른 외교인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독도 도발을 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대일(對日) 외교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하는 지적들이 도쿄 외교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의 ‘노이즈 마케팅’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지만 도발이 있을 때마다 비판·항의 성명을 내고 일본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교과서 언론보도 등은 일본 정부가 내놓는 일방적인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차분한 논리로 조목조목 반박하기보다는 “독도는 일제 침략의 첫 희생물”이라는 판에 박힌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제사회에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항의도 무시하면서 기고만장한 분위기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7일 교과서 왜곡에 대한 한국의 항의에 대해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개 반박한 게 단적인 사례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1993년 3월 김영삼 대통령 때는 금전적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해놓고서는 지금은 국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골대(목표하는 바)가 어디 있느냐”는 일본의 역공이 미국에서 오히려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 한일관계 전문가는 “한국이 피해자인데 왜 가해자를 피해 다니는 식으로 비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대화 채널을 닫을 게 아니라 만나서 따질 것은 당당히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또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를 놓고 미국을 향해 우리 편이 되어 달라고 하는 것은 억지다. 한일관계가 꼬이면서 한미관계까지 꼬일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국내 반일 여론만 의식하기보다 일본을 보다 관대하게 품으면서 끌고 나가면 일본 정부로서도 양보할 여지가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일본 외무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바라는 것은 아시아여성기금 등 과거에 일본이 나름대로 노력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이 정당하게 평가해 달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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