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기에 ‘임나’라는 말이 200번가량 등장하는 걸로 미루어 가야에 왜가 일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문제는 그 성격이다. 한일 학자들은 임나일본부를 ‘가야에 거주하는 왜 거류민단 대표’이거나 ‘야마토 정권과의 무역 및 교류를 중개해주는 기구’로 본다. 존재 기간도 200년이 아니라 15∼30년에 그친다. ‘김가야’라는 별명을 지닌 가야 전공학자 김태식 홍익대 교수는 “가야국의 특수한 외무관서로 본다”며 “분명한 점은 혈통이 어디든 간에 임나일본부가 왜가 아니라 아라가야 왕을 위해 일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2년 6개월의 연구 끝에 2010년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한반도에 외국의 영토가 존재했다거나 외국이 한반도에서 대대적인 군사 활동을 전개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재검토하거나 정정할 필요가 있으며 임나일본부라는 용어도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일 간 역사에 대한 엄청난 인식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서만큼은 합의를 이룬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