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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식민사관의 상징 ‘임나일본부’

입력 | 2015-04-10 03:00:00


‘임나일본부설’은 4∼6세기 왜(倭)가 한반도 남부 임나(금관가야)에 통치기구를 설치해 다스렸다는 학설이다. 8세기 일본 역사서 ‘일본서기’에 따르면 진구황후가 369년 임나를 점령해 실질적 통치를 하다가 562년 신라에 의해 멸망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반도 강제병합을 앞두고 경성제국대학 역사학자 스에마쓰 야스카즈가 주장해 식민지배의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일본서기에 ‘임나’라는 말이 200번가량 등장하는 걸로 미루어 가야에 왜가 일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문제는 그 성격이다. 한일 학자들은 임나일본부를 ‘가야에 거주하는 왜 거류민단 대표’이거나 ‘야마토 정권과의 무역 및 교류를 중개해주는 기구’로 본다. 존재 기간도 200년이 아니라 15∼30년에 그친다. ‘김가야’라는 별명을 지닌 가야 전공학자 김태식 홍익대 교수는 “가야국의 특수한 외무관서로 본다”며 “분명한 점은 혈통이 어디든 간에 임나일본부가 왜가 아니라 아라가야 왕을 위해 일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2년 6개월의 연구 끝에 2010년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한반도에 외국의 영토가 존재했다거나 외국이 한반도에서 대대적인 군사 활동을 전개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재검토하거나 정정할 필요가 있으며 임나일본부라는 용어도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일 간 역사에 대한 엄청난 인식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서만큼은 합의를 이룬 것이다.

▷일본이 문화청 홈페이지에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삼국시대 23개 유물 중 ‘용무늬 고리자루칼’ 등 8개의 출토 지역 표기를 ‘한국 창녕’에서 ‘임나’로 바꾸었다고 한 언론이 보도하자 일본 문화청이 “1936년 중요문화재로 지정할 당시부터 ‘임나’로 써왔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고대사로까지 확대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남아있다. ‘임나’는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부르던 명칭이지만 우리에겐 식민사관의 상징으로 기억됨을 일본은 알아야 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