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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가 미래다]전방위로 확산되는 ‘뉴 파워’

입력 | 2015-04-10 03:00:00

로봇공학도, 월가 트레이딩도 SW가 이끈다




데니스 홍 교수가 로봇축구가 가능한 소형 로봇 ‘다윈op’와 포즈를 취했다. 홍 교수는 “로봇 지능이 소프트웨어인 만큼 로봇공학과 소프트웨어 기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데니스 홍 교수 제공

“중학교 때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한 적이 있어요. 그때 경험이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데니스 홍(홍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의 별명은 ‘로봇 다빈치’다. 로봇 분야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만큼 천재라는 뜻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이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했고,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재난로봇 ‘토르(THOR)’를 개발했다.

미국 현지에 있는 홍 교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8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로봇공학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능력”이라면서 “로봇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능적인 기계인 셈인데, 이 지능이 결국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미국 투자회사에서 ‘알고리즘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구종만 씨는 “금융지식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프로그램 개발에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종만 씨 제공

○ SW 실력이 로봇 분야 성공 밑거름

홍 교수는 어릴 때부터 소프트웨어 실력이 뛰어났다. 중학교 때 프로그래밍 언어인 ‘베이직(BASIC)’을 독학으로 익혔고, 여기서 더 욕심을 내 전공자들조차 꺼리는 ‘어셈블리(Assembly)’까지 공부했다. 1989년 매킨토시 컴퓨터가 국내에 처음 도입되자 우리나라 최초의 매킨토시 사용자 모임인 ‘맥다모’ 창설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배운다는 건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체계적인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익히는 것”이라며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소프트웨어는 대단히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했다.

인간형 로봇 ‘휴보’를 개발해 ‘휴보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환갑이 넘었지만 지금도 각종 기계 제어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한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회원이기도 한 오 교수는 로봇뿐 아니라 다방면에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2012년에는 적도의(赤道儀) 방식 광학(光學) 추적장치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인공위성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스파이위성을 감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추적장치의 핵심도 기계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다.

오 교수는 “소프트웨어는 과학기술 어느 분야에나 활용할 수 있다”면서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이해도가 깊어져 더욱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미국 월가 SW 개발자 계속 늘어


세계 금융가를 움직이는 월가의 무게중심도 소프트웨어로 이동한 지 오래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주식 시장을 예측하고 자동으로 투자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 분야는 이미 미국 주식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프로그램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짜느냐가 투자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조건이 됐다.

이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개발자도 있다.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출신인 구종만 씨는 2009년부터 미국의 투자기업에서 알고리즘 트레이딩 프로그램 개발자로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톱코더가 매년 개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토너먼트인 ‘톱코더 오픈(Topcoder Open)’에 2007년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한 게 계기가 됐다. 이 대회에서는 문제를 던진 뒤 코딩을 통해 해결하도록 한다.

구 씨는 e메일 인터뷰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식보다는 소프트웨어를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이 더 중요하다”면서 “최근 금융권이 점점 자동화되는 추세여서 월가에도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구 씨는 “미국에서는 전화로만 이뤄지던 국채 거래에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자산 분배와 관리를 소프트웨어로 처리해주는 벤처 기업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가 앞으로 사회 모든 분야로 전파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지하철이나 은행, 자동차, 심지어 전기밥솥조차도 소프트웨어로 움직이고 있다.

홍 교수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학생들이 소프트웨어를 재미있는 놀이처럼 접근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퀴즈나 퍼즐, 요리처럼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한 활동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 초등교, 비속어 문제 해결위해 웹툰 만들고… 중학교, LED-센서 활용 스마트 공예품 제작 ▼

SW 교재 조목조목 뜯어보니


“언어 사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웹툰과 손수제작물(UCC)을 만들어 보자.”

올해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로 지정된 53개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교재에 나오는 내용이다. 교실에서 비속어 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은 웹툰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소프트웨어를 선택하고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개발한 교육용 소프트웨어 제작 프로그램인 ‘스크래치(Scratch)’도 익힌다. 가령 ‘외계 행성이 있다면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문제가 주어지면 스크래치를 실행해 자신이 생각하는 외계 행성을 그린다. 스크래치는 간단한 명령어를 이어 붙이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도록 구성돼 있어 논리적인 흐름만 잘 갖춰지면 우주에서 움직이는 외계 행성을 직접 제작할 수 있다.

중학교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교재는 난도가 더 높다. 발광다이오드(LED)와 각종 센서를 조절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짜서 ‘스마트 공예품’을 만들게 한다. 실제로 지난해 소프트웨어 시범교육에 참여한 인천 계수중에서는 학생들이 LED를 제어해 원하는 색깔과 글자, 모양을 만들었다.

소프트웨어 활용 범위도 역사와 인문학 등으로 넓다.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가 미래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각종 자료를 분석한 뒤 미래 사회를 시뮬레이션하는 과제도 있다.

소프트웨어 교재 개발을 총괄한 이환철 한국과학창의재단 수학컴퓨팅교육실장은 “소프트웨어 수업에서는 단순히 코딩을 배우는 게 아니다”라면서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컴퓨팅적 사고’를 바탕으로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전승민 enhanced@donga.com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