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012년 2·29 합의 파기후… 6자회담-美北 대화 실종 이란과의 협상 마무리에 외교-정치력 쏟아붓는 美 對北새 외교전략 펼칠 여력없어 이란식 ‘北핵 합의’ 기대는 차기 美대통령 기다려야할 듯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소장
개인적으로 이란과의 합의를 환영하고 지지한다. 나는 북핵 협상에 수년째 관여해 온 사람이다. 북한 핵무기 개발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분명하게 실패한 반면 (똑같은) 다자 협상이 이란 핵 프로그램은 어떻게 중단시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란 핵 위협 중단은 인내가 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수년간 많은 좌절과 막다른 길들이 있었지만 외교적 노력은 계속됐다. 미국과 협상 참가국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6자회담 관련 회의나 미국과 북한 사이의 지속적인 대화는 없었다. 2012년 초 잠깐 6자회담 재개 기대감이 감돌았으나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이는 2012년 미국과 북한의 2·29합의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다. 2·29합의가 붕괴된 이후 북한을 상대로 한 의미 있는 외교적 노력은 사라졌다.
그동안 북한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했고 이란 핵 프로그램 수준을 뛰어넘었다. 북한은 이제 핵무기 확충을 부인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하고 있다.
미국 등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6∼12기의 핵무기를 만들 분량의 핵 물질을 생산한 것으로 믿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핵 전문가들의 다수가 불과 5년 후인 2020년까지 북한이 수십 기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핵분열성 물질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이란을 대하는 것과 북한을 대하는 것은 왜 다를까. 많은 차이점들은 지리적 요인 및 주변국과 관련이 깊다. 우리는 만약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이란 주변국들도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것으로 우려해 왔다. 이와 반대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일본 한국 등 주변국들의 핵무기 개발을 이끌 것이라는 주장들이 종종 제기됐지만 주변국 중 누구도 진지하게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이란 정부가 핵무기 개발 포기에 합의한 이상 합의를 위반해 다시 제재를 받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북한 정권은 여론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합의를 위반해 왔다. 그래서 국제사회가 이란 핵 협상 타결처럼 앞으로 북한과 합의를 한다면 철저한 검증과 사찰을 강제해야 한다. 북한이 합의를 어기면 벌칙이 뒤따르고 혜택을 잃는다는 점을 합의에 명문화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현재의 전략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외교 노력을 시도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2009년 이후 오바마 행정부 내에는 북한에 대한 포용과 외교적 노력에 대한 회의감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
이란과의 협상을 마무리하려면 미국의 외교력 및 정치력은 상당 부분 소진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 핵 개발을 막는 동시에 북한에 대해서도 비슷한 노력을 할 정도로 충분한 외교적 정치적 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다. 만약 미국이 이란 핵 타결 방식과 유사하게 북한과 합의할 수 있다면 그런 일은 차기 행정부와 차기 대통령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길 바랄 뿐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