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산에 두견 너는 어이 멀리를 우짖는가. 너는 어이 가까이를 우짖는가. 달 가운데 계수나무 그늘도 짙을러니 내 후생하여 너를 엿듣는 봄은 이리도 화안히 유난하다.
일찍이 내가 먼 곳을 떠돈 것이 내가 나를 맴돎이었으니, 미쳐 떠돎이 한결같이 쉬지 않았으니 도화는 붉고 오얏꽃은 희며 장미꽃은 붉다.
날마다 당당(堂堂)하여 천천만만의 산 멀리서 바라볼 때는 앞에 서 있더니 어느새 뒤에 서 있다.
오늘 맑은 바람만 두루 불어 뿌리 없는 눈(眼) 속의 꽃을 오며 흩고 가며 흩으면서 그침이 없으니 아름다운 날들은 점점 멀어지고 나는 홀연 서러워진다.
제 생명의 유한(有限)함에 질겁해서 그 너머의 무엇을 찾아 헤매는 유정(有情)한 존재의 서럽고 쓸쓸한 마음이 유장한 시어로 아득히 펼쳐진다. ‘나란 무엇인가?’ ‘인생은 무엇인가?’ 아득한 질문을 좇아가는 데는 따로 힘이 필요하리라. 그 힘은 당장 생존에 급급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어야 낼 수 있을 테다. 지난 시절에 사회의 불의에 나서서 저항한 젊은이들 중에 살 만한 집 자식이 많았던 소치다. 먹고사느라, 등록금 버느라 쫓기면서 사회에 눈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삶의 격을 높일 기회도 평등하게 주어지는 게 아니라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