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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朴 “못믿을 주장” 親李 “엄정 수사를”

입력 | 2015-04-11 03:00:00

[성완종 게이트/폭탄 맞은 정치권]
여권 내부서도 엇갈린 반응




10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자 여권은 핵폭탄을 맞은 듯 어수선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왜 리스트에 친박 인사들이 집중적으로 거론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친이(친이명박)계에서는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는 이날 “돈이 들어오지 않아 캠프에 있는 사람들이 사비를 털어 운영했다”며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캠프 운영비 조로 거액을 줬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성 회장이 고인이 된 마당에 해명하기도 어렵게 됐다”며 “시비를 가리지 못하는 상태로 논란만 계속되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기획 수사”라며 반발했던 친이계는 반격에 나섰다. 4선의 정병국 의원은 라디오에서 “한 사람(성 회장)이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며 압박감을 느끼다 극단적인 상황까지 간 과정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수사하지 않는다고 하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라고 강조했다. 한 친이계 전직 의원은 “청와대와 정부가 기강을 잡겠다고 나선 것인데 오히려 발목을 잡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6명도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새누리당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 수습책 마련에 부심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밝혔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가 20일도 채 남지 않은 4·29 재·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재·보선 수도권 선거구 3곳은 모두 박빙으로 봐야 한다”면서 “힘들여 지지율을 올려놨는데 이번 사건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사건을 ‘친박 권력형 비리 게이트(친박 게이트)’라고 명명하고 “헌정 사상 초유의 집단 뇌물사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친박’을 강조해 새누리당 내 친이계와의 분열을 꾀하고, 정치자금 대신 포괄적 뇌물 사건으로 규정해 공소시효가 남아 있음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물죄는 공소시효가 7년이지만 수뢰 액수가 3000만 원이 넘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하면 10년으로 늘어난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정부에서 허태열 김기춘 두 분이 왜 연이어 비서실장이 됐는지 연유가 조금 드러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사실 여부를 철저하게 가리는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특검을 요구할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이어 문 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주재해 전병헌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은 13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완구 국무총리 등에게 이 사건을 집중 질의하기로 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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