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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메모 파문, 홍문종 “‘2억 대선자금? 소설…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은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11일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64)이 2012년 대선 자금으로 자신에게 2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은퇴하겠다”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일 경향신문에서 2012년 성 전 회장이 저에게 대선자금 2억원을 줬다고 보도한 기사는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황당무계한 소설”이라며 “단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성 전 의원은 선거캠프 조직총괄본부에 어떠한 직함을 갖고 있지 않았고, 조직총괄본부에서 근무했던 20명의 국회의원, 200명의 상근직원, 조직총괄본부에 소속된 60만명 명단에도 없다”며 “저뿐 아니라 조직총괄본부에 같이 근무했던 모든 직원도 성 전 의원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일 경향신문에서 제기한 의혹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구에 기반하고 있다”며 “어제부터 의혹을 제기한 기사들은 억지로 퍼즐을 끼워맞추려 해도 끼워 맞춰지지 않는 미스테리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언론도 황당무계한 소설 같은 기사로 국가, 사회적 혼란은 물론 개인의 명예와 도덕성에 상처주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신속하고 투명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향신문은 11일 성완종 회장이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가진 인터뷰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성완종 회장은 현금의 소용처에 대해 “이 사람도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라고 부연했다. 성완종 회장은 또 ‘대선자금 장부에 회계처리가 된 돈이냐’는 질문에 “뭘 처리해요”라고 말해 불법정치자금임을 시사했다.
홍문종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중앙선대위를 조직총괄본부장으로 활동하며 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뛰고 있었다. 박 대통령 당선 이후 친박(친 박근혜) 대표주자로 부각된 인물이다.
성완종 회장은 또 “2011년 홍준표(현 경남도지사)가 대표 경선에 나왔을 때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캠프에 있는 측근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며 “홍준표를 잘 아는데 6월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이병기 실장은 일본 대사 하기 전부터 안 지 오래됐고, 뭐 뭐 얘기하면 그 사람 물러날 텐데… 죽기 때문에…”라며 자신과의 친분을 언급했다.
한편 자원개발 관련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회장의 웃옷 호주머니에서는 여권 핵심 인사 8명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메모가 나왔다.
A4용지를 반으로 접은 크기의 메모지엔 ‘허태열 7억, 홍문종 2억, 유정복 3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김기춘 10만 달러 2006.9.26(독일 베를린), 이병기, 이완구’라고 적혀 있다. 직책은 생략됐고, 이병기 현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는 이름만 쓰여 있었다. ‘친이(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홍준표 경남지사를 제외하면 모두 친박(박근혜)계 핵심 인사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성완종 회장의 메모와 관련, 이날 오후 대검찰청 간부회의를 긴급 소집해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의 사명이자 존립 근거”라며 “자원개발 비리 등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한 점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계속해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히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는 성완종 회장의 유족과 경남기업 관계자 등을 상대로 메모 속 ‘리스트’의 진위를 확인하는 한편 경찰에서 성완종 회장의 휴대전화 2대를 넘겨받아 이를 분석할 예정이다.
자금 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성완종 회장 측 인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뭐라고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검찰에서 부르면 나가서 모든 걸 사실대로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홍문종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은퇴”. 사진=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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