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개봉한 영화 ‘베를린’의 제작사가 “해외 촬영분을 저장한 디스크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경란)는 영화제작사 외유내강이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하정우와 한석규, 전지현이 주연을 맡은 ‘베를린’은 2012년 4~6월 독일과 라트비아에서 일부 촬영됐다. 제작사는 촬영 당시 현지 제작업체들로부터 장소 섭외와 소품, 장비 등을 공급받고 그 대가로 30억 여 원을 지급했다. 이어 2012년 4월 ‘아타카르네’(ATA carnet·무관세 통행증)를 통해 가져 온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에 독일 등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저장한 후 같은 해 6월 귀국 시 국내로 갖고 들어왔다.
서울세관은 이 해외 촬영분이 담긴 디스크가 국내로 반입될 때 수입신고 대상 물품에 해당된다며 관세 2억 8600여 만 원을 부과했다. 제작사가 쓴 외국 촬영비용 중 국내 제작진과 배우가 활동하는 데 든 비용 8억 원을 제한 나머지 22억 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외유내강 측은 “영상물이 디스크에 체화돼 하나의 물품이 됐다고 볼 수 없어 부가가치세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관세는 수입신고를 할 때의 물품의 성질과 그 수량에 따라 부과한다는 규정이 이 있고, 부가가치세가 재화나 용역이 생산 및 제공,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하는 조세라는 점 등을 비춰 볼 때 이 사건 디스크의 수입 당시 상태인 ‘영상이 수록된 디스크’로서 과세가격을 결정한 것은 관세법과 부가가치세법 취지에 부합한다”며 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