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KTX 호남선 개통은 2004년 국내 최초 고속철도인 KTX 경부선 개통 이후 11년 만에 순수 우리의 기술력과 노력으로 이룩한 쾌거다. 아울러 유럽과 아시아를 통합하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TX 경부선 건설 당시에는 원천기술의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차량은 프랑스 고속열차인 테제베(TGV)를 한국 사양에 맞춘 제품을 구매했고, 사업관리 및 감리 등 건설 기술 역시 해외에 의존했다. 하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당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순수 우리 기술로 KTX 호남선을 완성했다.
이렇게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5년 중국 수투선 감리용역을 시작으로 14개국 37개 사업에서 약 890억 원의 사업을 수주했다. 앞으로 추진될 말레이시아, 인도, 파라과이, 베트남 등의 사업에도 참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제 우리는 남북간 끊긴 철도를 잇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하는 21세기 실크로드를 구축하려면 가장 먼저 남북 철도를 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가 성공하려면 단절된 북한의 철도 기반시설을 우리의 기술로 현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백마고지역∼남방한계선 간 경원선 복원사업은 SRX의 성공을 위한 선도적인 사업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철도공단은 KTX 경부선, 호남선 건설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7년까지 경원선을 복원할 예정이다.
한국 철도는 큰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해외철도시장은 매년 2.6%씩 성장해 2020년에는 약 297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실현되면 하나의 거대한 단일시장이 형성돼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 기회가 생길 것이다. 철도는 국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자 균형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 지금부터는 미래를 열어가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KTX 호남선 개통을 계기로 전 국민의 관심과 노력을 쏟을 때다.
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